올해는 호박이 처음에 잘 열리더니 너무 가문 탓인지 팔월이 되기 전에 시들었다.
애호박으로는 5개 정도 따 먹고, 무심하게 놔 뒀더니 늙은 호박이 되어 있었다.
씨를 받아놓고 말릴려고 손질을 했다.
호박은 애호박일 때 볶아도 맛있지만,
오히려 말려서 호박고지로 볶으면 그 맛이 참으로 달다.
구수하면서 고기처럼 질깃한 것이 참 희한한 맛이 난다.
호박을 소쿠리에 널어놓고는 감탄을 한다.
세상에 호박만큼 위대한 것이 있겠냐고, 남편과 늘 이야기하는데,
작은 씨앗에서 저렇게 큰 호박이 열린다니 이 어찌 신비한 일이 아닐소냐.
물론 박이나 수박, 혹은 수세미, 여주, 토마토, 고추 다 신비하지만
그 크기를 볼 때, 맷돌호박이 단연 위너다.
시골 어느 지붕 위를, 돌담 위를,
작은 줄기에 그 큰 몸을 당당히 매달고 있는 맷돌호박.
온 가슴을 내어서 안아야 그 덩치를 감당할 수 있다.
수업자료로 볼테르의 '전쟁'을 다시 읽었다.
아프간 사태도 그렇고, 최근의 여러 종교로 인한 분쟁들, 국경으로 인한 분쟁들을 보며
이제 예전의 그 아름다웠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슬픈 생각을 했다.
마스크를 언제 벗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푸른 청년들의 앞날에 행복과 건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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