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중얼중얼

위대한 호박

by 키미~ 2021. 8. 19.

올해는 호박이 처음에 잘 열리더니 너무 가문 탓인지 팔월이 되기 전에 시들었다.

애호박으로는 5개 정도 따 먹고, 무심하게 놔 뒀더니 늙은 호박이 되어 있었다.

씨를 받아놓고 말릴려고 손질을 했다.

호박은 애호박일 때 볶아도 맛있지만,

오히려 말려서 호박고지로 볶으면 그 맛이 참으로 달다.

구수하면서 고기처럼 질깃한 것이 참 희한한 맛이 난다.

 

호박을 소쿠리에 널어놓고는 감탄을 한다.

세상에 호박만큼 위대한 것이 있겠냐고, 남편과 늘 이야기하는데,

작은 씨앗에서 저렇게 큰 호박이 열린다니 이 어찌 신비한 일이 아닐소냐.

물론 박이나 수박, 혹은 수세미, 여주, 토마토, 고추 다 신비하지만

그 크기를 볼 때, 맷돌호박이 단연 위너다.

시골 어느 지붕 위를, 돌담 위를,

작은 줄기에 그 큰 몸을 당당히 매달고 있는 맷돌호박.

온 가슴을 내어서 안아야 그 덩치를 감당할 수 있다.

 

수업자료로 볼테르의 '전쟁'을 다시 읽었다.

아프간 사태도 그렇고, 최근의 여러 종교로 인한 분쟁들, 국경으로 인한 분쟁들을 보며

이제 예전의 그 아름다웠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슬픈 생각을 했다.

마스크를 언제 벗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푸른 청년들의 앞날에 행복과 건강을 빌어본다.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고시절, 이수미 별세  (0) 2021.09.04
구월이 오면(Come September), 빌리 본 악단, 1958  (0) 2021.08.31
비 오다  (0) 2021.08.18
가을이 오고 있나요?  (0) 2021.08.12
수세미, 그리고 자전거와 우체통  (0) 2021.08.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