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중얼중얼

신파가 가장 강력한 무기

by 키미~ 2022. 7. 21.

참나리꽃이 한창이다.

주홍색의 아름다운 꽃잎을 검은 점들이 뒤덮고 있다.

예전엔 논둑에 한 두 송이 피었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 집 마당엔 지천으로 번졌다.

잡초도 손 닿는 데만 없애다 보니 온 마당이 정글에 가깝다.

비도 오고 비에 젖는 나리를 보니 어쩐지 나리의 인생이 신산하구나.

여름 한 철 피기 위해 온 겨울 땅 속에서 웅크리다 한껏 줄기를 뿜어낸다.

그래도 용케 잘 견뎌서 온 마당으로 틈만 있으면 자신의 씨앗을 슬쩍 흘린다.

 

한국 영화는 신파를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천만 관객을 들인 많은 영화들도 신파적 요소가 다분했다.

몇 년 전에 나왔던 극한직업은 그 중 신파가 좀 적은 영화에 속하고, 가장 최근에 나온 범죄도시도 좀 적게 보인다.

신파는 한국 사람들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불공정한 감정이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누가 슬쩍 신파 한 자락만 흘리면 된다. 그러면 그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측은지심이 많아서일까. 역지사지, 감정이입을 너무 잘해서일까?

브로커는 일본의 고레에다 감독 작품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 지루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일본 영화는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도 고레에다 감독도 이제 자신이 가진 틀을 깨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나라 배우를 기용했을 텐데..역시 자신의 한계를 완전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영화에도 신파가 있다.

영화가 신파가 없다면 눈물의 요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공적인 일에도 신파를 강요받는다.

제발 신파를 억지로 주입하지 마세요. 

공과 사를 제발 구분해 주시라고요.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객관적인 세대  (0) 2022.08.03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뛰누나.  (0) 2022.07.22
백중 百中  (0) 2022.07.19
제임스 칸 별세  (0) 2022.07.08
SUNFLOWER 출간  (0) 2022.07.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