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남편이 보내준 무지개다.
정말 오랜만에 본 무지개다.
용비어천가 제 50장에
내 백성(百姓) 어엿비 너기샤 장단(長湍) 건너싫제 힌 므지게 예 니이다
(내 백성을 가련하게 생각하시어 장단을 건너실 때에 흰 무지개가 해를 뀌뚫은 것입니다.)
라고 되어 있다.
순우리말이고, 참 예쁜 말이다.
다른 여러 이야기를 가져와 본다.
당시에는 물을 '믈'이라고 했고 여기에 '지게'를 연결한 것이다.
'믈'이 '므'가 된 것은 '불지불식(不知不識)'이 '부지불식'이 되듯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ㄹ'이 탈락한 '므'와 '지게'가 이어져 '므지게'가 됐다.
'지게'하면 보통 짐을 지고 다니는 도구를 떠올린다.
과거에는 오른쪽 문과 왼쪽 문 두 쪽으로 이뤄진 문이나 마루나 부엌에서 방을 드나들 수 있게 만든 작은 문도 지게'라고 불렀다.
이러한 이유로 '지게'는 문이라는 뜻으로 쓰였고, 지게의 문틀 윗 부분이 둥근 타원형으로 돼있어 무지개와 닮았다고 해 '지게'라는 단어를 쓰게 됐다는 유래도 존재한다.
'므지게'는 음운 변화를 겪어 '무지게, 므지개, 무지개' 등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므지게'의 '므'가 원순모음화를 겪어 17세기부터는 '무지게'로만 쓰였다.
이후 '무지게'의 '게'는 모음이 어두음절이 아닌 곳에서 중화되어 '에'가 '애'로 변했고, 19세기 후반에 들어서 오늘날의 형태인 '무지개'로 쓰이게 됐다.
지금은 누구나 무지개를 아름다운 자연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무지개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상상력을 발휘하곤 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지개의 여러 색깔 중 빨강이 가장 순수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고대인들은 무지개를 자비로운 신이자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생각했다.
창세기 구약 성서에서는 구원의 약속 증표로 무지개가 쓰였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무지개를 흉조로 생각했다.
반면 서양에서 무지개는 행운의 상징이었다.
여러 학자들의 수많은 시도 끝에 무지개는 태양과 반대쪽에 수증기가 있을 경우 물방울에 비친 태양광선이 물방울 안에서 굴절, 반사, 분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게 밝혀졌다.
무지개가 빛의 굴절로 생기는 자연현상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안다.
그렇다면 '무지개'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무지개는 순수한 고유어로 '물'과 '지게'를 합친 말이다.
물은 말 그대로 물을 뜻하고, 지게는 문(門)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둘을 합친 말에서 유래한 무지개는 '물로 이루어진 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마 무지개가 물방울이 반사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타원형의 무지개 모양이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문처럼 느껴져 문을 뜻하는 '지게'란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출처 : 교육정책뉴스(http://www.edupo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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