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마을로 이사왔을 때부터 버스에서 만나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때 내 나이가 46이었으니 그 분도 그때는 50대 중반 정도였으리라.
수영을 다니시는데, 정류장에 내리면 항상 남편분이 자동차를 대기하고 기다리셨다.
나와는 인사만 하고, 속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는 그런 사이
우리 집과도 꽤 멀어서 집이 어디쯤이다만 짐작했다.
이사온 지가 벌써 19년째니 우리가 본 지도 그만큼이다.
코로나 당시엔 수영을 못 다니셨고, 나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해서 못 뵈었고,
작년부터 거의 못 뵈었다.
저번 주 세 정거장을 걸어서 정류장에 갔더니 부부가 서울에 가신다고 한다.
전에 듣기로 그 분도 회전근개수술을 십여년 전에 했는데 다시 아프다고 해서 물어봤다.
수술하고 아파서 통증이 언제쯤 없어질까요? 했더니 좀 기다려야된다고 하시네.
그런데 얼굴이 좀 안 좋아보여서 어디 편찮으신가 물었더니 폐암이라고 하신다.
전혀 징후가 없어서 몰랐는데 병원에 갔더니 폐암 말기라고 수술은 못하고
치료만 하고 있단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러 가신다고 하길래 어쩐지 마음이 짠해서 맛있는 점심 사 드시라고
십만원을 넣어드렸더니 안 받으려고 하시다가 겨우 받으신다.
친정엄마가 응급실 가셨을 때 내 느낌에 이제 집으로는 못가시겠다 했었다.
그러고 한달 반만에 돌아가셨다.
말기암 환자는 만나는 날이 끝날인 것처럼 마음을 먹어야 한다.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빌었다.
저녁에 누가 문을 두드린다.
나가보니 그 부부가 오셨다.
고맙다고 선물을 주고 가신다. 산책겸 나왔다고 마을 길을 휘적휘적 두 분이 걸어가셨다.
최고급한우와 키운 고구마를 가져오셨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너무 미안하다.
어서 쾌차하셔요.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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