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서가 지나니 바람이 달라졌다.
햇살도 바래졌다. 가을이 오고 있구나.
수세미 속으로 설거지한 지가 꽤 되었다.
천연식물이라 기름때도 끼지 않고, 잘 닳지도 않아서 너무 좋다.
어깨 수술하고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서 처음엔 못 미더워하더니
나중에는 수세미 예찬론자가 되었다.
봄에 10포트를 사서 심었다.
올해 비가 많아서 그런지 수세미가 숫꽃만 피고 암꽃이 피지를 않았다.
키가 크게 올라온 꽃은 다 숫꽃이다.
암꽃은 자루에 열매가 이미 달려서 꽃이 핀다.
하도 안 열려서 희한하다하고 남편과 둘이서 걱정을 했다.
어느 날 보니 옥상에 큰 게 하나 있고,
대문 아치에 겨우 하나가 달렸다.
얼마나 반갑던지, 남편과 둘이서 못 본체해야 한다고 쿡쿡거렸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말씀하시길,
뭐든지 열매는 너무 입 대면 안 된다고 ..
호박도 그렇고, 살구도 그렇고, 열리면 모르는 척 해야 잘 큰다고 하셨다.
다행히 잘 크고 있다.
수세미는 늦가을까지 내버려둬야 한다.
중간에 따면 속이 덜 여물어 설거지용으로는 쓰지 못한다.
겉이 누렇게 갈라지면 따서 껍질을 발라내면 그물처럼 속이 나온다.
긴 것을 잘라서 쓰는데, 올해 10포기를 심었는데 비하면 너무 덜 달렸다.
처음에 순을 많이 잘라야 된다고 하는데, 그냥 두었더니...
몇 개라도 잘 여물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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