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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배추유감.

by 키미~ 2009. 11. 30.

 

 

십일월의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어제 하루종일 비가 오더니 오늘은 포근한 기운이 아침을 감싸고 있습니다.

연탄난로위의 주전자에서 물이 지글거리며 끓고,

저는 방금 커피 한 잔 마셨습니다.

어제, 남편이 퇴근길에 배추밭에서 배추를 열 포기 얻어왔는데,

일전에 시댁에 가서 김장을 이백포기나 했던지라,

배추가 어찌나 실한 지, 탐은 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마음이 갈팡질팡합니다.

김치를 새로 담을까?

젓갈이 없는데,

밖에 수도도 얼어서 물을 못 쓰는데,

그냥 쌈으로 먹을까?

보관이 힘들잖아.

혼자서 이러다가 날 샜습니다.

없어도 고민, 있어도 고민,

왜 그 배추밭 주인은 배추를 다 팔지도 못하고,

우리 남편에게 거저 주셨답니까?

한 해 농사를 힘들게 지어서 판로가 마땅찮은 농부들이 늘어갑니다.

김치도 많이 담그지 않고, 사서 먹는 사람들이 많고,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는 집도 많고,

올해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바람에 밭에서 얼은 배추도 많습니다.

이래저래 배추는 천대 받는데,

그래도 또, 내년에 장마가 끝나면 모종한다고 난리가 나지요.

지금이라도 김장 안하신 분들,

맛있는 속 넣어서 김장 한번 해 보시죠?

하얀 밥에, 김장김치 죽~ 찢어서 얹고,

입을 있는데로 벌려서

한 입 드시면..

네,

참말로 인생관이 달라집니다요.

헤헤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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