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 정호승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 먹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초승달에 한번 앉아보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사월 들어 그래도 이틀 정도 완연한 봄빛을 보여주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하늘이 흐립니다.
방금 산책을 다녀왔는데,
이제 산수유가 조금 피었네요.
시내엔 개나리가 바야흐로 만발하기 시작했더이다.
그렇게 봄이 언제 오냐고 투정부리던 날이 엊그제인데,
어느새 우리들 곁으로 살며시 다가왔군요.
세상이 어수선하고, 가슴 아픈 일들도 많고,
힘든 일도 많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 행복한 날들입니다.
우리,
고마운 봄에게 미소 한자락 날려볼까요?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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