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련
김정희
남쪽에서 태어나 남쪽으로 시집가서 남쪽에만 살던 친정어머니
가르릉 천식 기침 전화로 옮길까 귀에서 떼던 싸가지 없는 맏딸이
산목련 꽃대가리 다섯 개 따서 봄 산에 취해 펄떡거리다
봉오리 삭을 무렵 겨우 부쳤네
어머니 그 꽃 보고 생전에 첨 보네, 요렇게 이쁜 꽃은 나고 첨 봤네
가르릉가르릉
전화기가 가르릉가르릉
말려서 물 끓여 먹으면 기침이 낫는다고
잊어버린 사용법 생각날 즈음 어머니 먼 길 떠나시고
남은 짐 정리하다 열어 본 냉동실에
너무 이뻐 모셔 둔 얼어붙은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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