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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by 키미~ 2012. 10. 16.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태양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보내주소서.

 

마지막 과실(果實)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고독할 것입니다.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바람에 나뭇잎이 휘날릴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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