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묘
하늘 끝 낡은 구름이 숲으로 내리고 문득, 창을 흔들며 어둠이 울적하게 서 있는 햇살 져버린 우리들의 뜨락에 낙엽처럼 쓸쓸히 앉아 볼거나. 지친 우리들 무릎 위로 바람이 낙엽과 함께 쌓인다. 손을 뻗치면 한 움큼 가득한 낙엽 조각들 그것으로 우리 겨울을 막아볼까? 이리저리 엮은 낙엽커튼으로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서서 다시금 햇살을 부르게 할까? 물든 잎사귀 서넛으로 귀와 눈을 막아도 가을은 이미 저물어 그 어두운 얼굴 뒤로 서투른 잿빛 겨울.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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