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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雨水

by 키미~ 2014. 2. 15.

 

 

 

우 수  雨 水

 

 

                                  김 정 희

 

 

사흘 밤낮 내린 눈(雪)이 죽령에 자리잡고

소백산 절 마당엔 노루가 내려왔다

눈이야 봄이 오면 떠난다지만

동자승 푸성귀에 마음 들인 노루는

절집이 지 집인 양 눌러 앉았다.

 

 

대처에 두고 온 연못을 못 비우고,

새벽 예불 시간이면 조불 졸던 공양주보살

고드름 햇살에 녹진한 봉당에 앉아

동자승과 노루가 망울진 산수유 헤집는 꼴을 보더니

산속의 봄은 삭신이 쑤신다고,

절집에 꽃 피면 눈물바람 난다고,

남은 세월 구겨 넣은 바랑을 집어 들고는

눈꽃이 사태 난 산마루 바라보며

일주문 기둥에

한참을

서 있더라.

 

 

 

우수 경칩 지나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데,

연일 눈소식에 안타까운 날들입니다.

하늘에서 하는 일이니 인간의 의지로 탓할 바 아니나

이젠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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