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가네
김정희
봄이 그리 쉽게 옵디까?
꽃 잔치 벌어졌다 난리를 쳐도
한 번의 바람에 자지러져 흩어지고,
사월 눈보라 사정없이 몰아치던
간밤을 생각해 보시구랴.
헐어 구멍 드러낸 아스팔트 위
나자빠진 꽃잎에 마음 상한 여인아
비워 둔 가슴 한켠
젊음을 심어 놓고
봄만 오면 벌렁거리던
늙은 여인아.
봄이 어디 그리 쉽게 옵디까?
쉬이 온 봄이 어디 그리 애달픕디까?
터덜거리는 낡은 기차 타고
자꾸 돌아보면
꽃 눈물 쏟아지는 봄날은 가고,
봄 온다고,
꽃 잔치 한 번 더 볼 수 있다고,
아득한 눈빛으로 병실 창 바라보던
어머니,
어머니,
바랜 사진 속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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