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아침
김정희
안개가 햇빛을 삼킨 봄날 꽃이 흘린 눈물 비린내가 난다.
아침을 울리던 침묵의 행진은 광야를 지나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고, 오후가 웅크린 채 꽃의 눈물을 줍는다.
언제 이 비루한 어둠을 걷어낼 것인가, 눈과 귀를 찢은 입의 십자가를 내릴 것인가,
검은 숲에 갇힌 꽃들의 울음소리 온몸의 비늘을 떨쳐내며 진저리치는, 봄날을 담보로 꽃에게 고리를 뜯는 안개처럼,
소문에 저당 잡혀 골고다 언덕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작은 십자가, 내 무거운 등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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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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