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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이상국

by 키미~ 2014. 5. 11.

 

 

미시령

 

                          이상국

 

    

영을 넘으면 동해가 보이고

그 바닷가에 나의 옛집이 있다 

 

나도 더러 대처에서 보란 듯이 살고 싶다

   

그러나 바다가 섭섭해 할까 봐

눈 오는 날에도 산을 넘고

어떤 날은 달밤에도 넘는다

   

속으로 서울 같은 건 복잡해서

거저 준대도 못 산다며

한사코 영을 넘는 것이다

   

바다도 더러 울고 싶은 날이 있는데

내가 없으면 그 짐승 같은 슬픔을 누가 거두겠냐며

시키지 않은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동해는

네가 얼마나 심심하면 그러겠냐며

남모르게 곁을 주고는 하는데

 

사실 나는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바람이나 나무뿌리에 묻어둔 채 영을 넘고는 한다

 

 

                       —《불교문예》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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