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없어요
스승을 뵙고 돌아오던 치악재 간이매점 위
커다란 황금빛 달이 떠올라 뒤뚱거리더니
면사무소 앞 들판에 풍덩 빠졌다
오월의 물 댄 빈 논
방금 개구리가 된 올챙이들이
앞다리 뒷다리 꼬무작거리며 개골 울다가
달이 빠진 논 속에서 토끼를 건져내었다
개구리 백 마리 토끼를 들쳐 업고 힘차게 헤엄친다
기우뚱 기우뚱
토끼 귀가 잠겼다 올랐다
꿀꺽 꿀꺽
토끼가 먹었다 뱉었다
달은 몸을 부풀려 하늘로 날아가고
물 먹은 토끼 논둑에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보름달 훤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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