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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정희성

by 키미~ 2014. 5. 21.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정희성

 

 

꽃이 마구 피었다 지니까

심란해서 어디 가 조용히

혼자 좀 있다 오고 싶어서

배낭 메고 나서는데 집사람이

어디 가느냐고

생태학교에 간다고

생태는 무슨 생태?

늙은이는 어디 가지도 말고

그냥 들어앉아 있는 게 생태라고

꽃이 마구 피었다 지니까

심란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고

봄이 영영 다시 올 것 같지 않아

그런다고는 못하고

 

 

  ———

  * 이상국의 시 「그늘」의 첫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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