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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가네

by 키미~ 2014. 4. 4.

봄날이 가네

 

 

 

                                      김정희

 

 

봄이 그리 쉽게 옵디까?

 

 

꽃 잔치 벌어졌다 난리를 쳐도

한 번의 바람에 자지러져 흩어지고,

사월 눈보라 사정없이 몰아치던

간밤을 생각해 보시구랴.

헐어 구멍 드러낸 아스팔트 위

나자빠진 꽃잎에 마음 상한 여인아

비워 둔 가슴 한켠

젊음을 심어 놓고

봄만 오면 벌렁거리던

늙은 여인아.

 

 

봄이 어디 그리 쉽게 옵디까?

쉬이 온 봄이 어디 그리 애달픕디까?

 

 

터덜거리는 낡은 기차 타고

자꾸 돌아보면

꽃 눈물 쏟아지는 봄날은 가고,

봄 온다고,

꽃 잔치 한 번 더 볼 수 있다고,

아득한 눈빛으로 병실 창 바라보던

어머니,

어머니,

바랜 사진 속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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