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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by 키미~ 2015. 11. 18.

빈 집

 

 

                                             김 정 희

 

 

 

병원에 돈 주다가 볼 일 다 본다던 뒷집 할머니

사흘 전 버스에 앉아 어딜 그리 다니냐고 인사를 건네더니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네.

가방 가득 아들 위한 주전부리 나르시고

구순이 가까워도 메주를 쑤시더니,

김장 다 해 놓으시고 눈 감으셨다.

가는 길은 똑같다고

혼자 사나 둘이 사나 종점은 똑같다고

먼저 나나 늦게 나나 순서가 없더라고,

마을버스 요란한 아낙에게 모른 척 부조 맡기고

슬쩍 울었다.

 

 

담 너머 할머니네 배추는 초록이 풍만하다

밭둑에 햇빛은 철퍼덕 졸고

추녀 끝 메주는 익어가는데

무청 힘차게 올해도 푸르더라

겨울 초입 빈집엔 강아지 혼자

지나가는 바람보고 컹컹 짖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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