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금계국이 한창이다.
코스모스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는데, 일률적인 금색이다.
순간적으로 와 이쁘다~ 했다가 금방 꽃을 들여다보는 걸 놔 버린다.
이와 달리 코스모스는 색깔이 섞여 있어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어릴 때, 우연히 어떤 콜타르 공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그리로 숨었던지 무슨 까닭이 있었겠지.
그런데 그 검은 콜타르 속에 하늘하늘 분홍 코스모스가 피었더라.
환경오염은 아직 생각지도 못했던 그 때,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 한 귀퉁이에 콜타르 공장이 있었다.
큰 드럼통 가득하던 콜타르, 그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땅이 온통 검은 색이었다.
꽃은 그 검은 땅에서도 피어나 그 어린 나이에도 왠지 마음이 아팠다.
검은 땅 속에 힘찬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핀 코스모스.
지금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성적을 내고, 다음 학기 수업을 다시 준비한다. 한 과목이 늘었다.
뭔가 걱정이 있는데, 확실하게 잡히지가 않는 막연한 불안감.
글도 써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애잔함.
그것들이 주는 쓸쓸함
그리고
늙어가는 것에 대한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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