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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여름 속으로 ~

by 키미~ 2021. 7. 18.

겨우내 거실에 있을 때, 꽃이 피지 않던 군자란이 햇빛을 조금 먹고는 만발을 했다.

이렇게 환하게 핀 것은 드문 일이다. 그저 몇 송이 피고 져버리곤 했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햇빛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남편이 거실 앞쪽에 공방을 만드는 바람에 햇빛이 거실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여름엔 서늘해서 괜찮은데, 겨울엔 좀 스산하다. 통유리로 비쳐드는 햇살이 가끔 그립다.

 

원추리는 나팔을 위로 해서 벌어지고, 나리는 줄기에서 다시 꽃대가 나와서 아래쪽으로 벌어진다.

참나리는 예전에 아주 어릴 적에 외갓집에 가면 논두렁에 피어서 애를 태웠다.

이쁜 꽃이 있어 갈려고 하면 논두렁이 좁아서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늘 멀리서 보고 저 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던 꽃이다.

키가 불쑥하니 크면서 꽃대가 길쑴하니 탐스럽게 달려 있다.

그러다 확 벌어지는데, 그 속이 검은 점으로 가득해서 어떤 때는 무섭기도 하다.

 

이 참나리에는 꼭 검은 나비가 날아든다. 

참 이상하다. 검고 날개가 화려한 검은 나비는 나리 꽃술에 앉았다 날개를 나풀거린다.

나리는 질 때도 저  꽃잎 하나씩 떨어진다. 

나리가 지면 여름이 다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이 가까워서 우리 집에도 심지 않은 꽃들이 많이 핀다. 

화원에서 산 꽃들은 금방 시들어버리고, 마당에 진득하게 자리잡고 무심하게 둔 꽃들은 늘 장하게 살아남는다.

 

이제 덥고 눅진한 햇살이 가득한 여름 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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