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막의 반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수다.
약 80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어제 남편이 책을 쓰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함께 갔다.
장대하고 웅장한 나무를 보는 순간,
인간의 쓰잘데 없는 고민따위 참으로 하찮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이 팔백 년이지, 백 년도 못 사는 인간 누구도 그 세월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사방에 떨어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한여름 뙤약볕이라 사람이 없었다.
온전히 남편과 나만 나무와 마주한 시간이었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이 마구 몰린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 입구의 진입로가 문제다.
좁다.
예전엔 아마도 논밭이었을 건데, 지금은 양쪽으로 집이 들어서서 아주 난감하다.
그나마 은행나무 주변은 넓어서 다행인데, 마을 사람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관광을 위해 버스를 대절한다면 한참 걸어 올라야 하고,
주차장도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다.
뭐 예전에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될 거라고 누가 알았겠나.
나무는 그 자리에서 세월을 버티고, 사람들은 사라졌다, 나타났다, 또 사라진다.
저 뿌리를 보라. 하잘것 없는 인간이 투정하기엔 그 삶이 너무 위대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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