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는 하나
햇빛이 아직은 살아있다.
모처럼 가을 시 하나 올려본다.
가을소묘/김정희
하늘 끝 낡은 구름이 숲으로 내리고
문득, 창을 흔들며 어둠이 울적하게 서 있는
햇살 져 버린 우리들의 뜨락에
낙엽처럼 쓸쓸히 앉아 볼거나
지친 우리들 무릎 위로
바람이 낙엽과 함께 쌓인다
손을 뻗치면 한 움큼 가득한 낙엽 조각들
그것으로 우리 겨울을 막아볼까?
이리저리 엮은 낙엽 커튼으로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서서
다시금 햇살을 부르게 할까?
물든 잎사귀 서넛으로 귀와 눈을 가려도
가을은 이미 뜨락에 저물어
그 어두운 얼굴 뒤로
서투른
잿빛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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