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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가을 소묘

by 키미~ 2021. 10. 3.

가을이라고는 하나

햇빛이 아직은 살아있다.

모처럼 가을 시 하나 올려본다.

 

 

가을소묘/김정희

 

하늘 끝 낡은 구름이 숲으로 내리고

문득, 창을 흔들며 어둠이 울적하게 서 있는

햇살 져 버린 우리들의 뜨락에

낙엽처럼 쓸쓸히 앉아 볼거나

지친 우리들 무릎 위로

바람이 낙엽과 함께 쌓인다

 

손을 뻗치면 한 움큼 가득한 낙엽 조각들

그것으로 우리 겨울을 막아볼까?

이리저리 엮은 낙엽 커튼으로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서서

다시금 햇살을 부르게 할까?

 

물든 잎사귀 서넛으로 귀와 눈을 가려도

가을은 이미 뜨락에 저물어

그 어두운 얼굴 뒤로

서투른

잿빛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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