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술술 읽히는 건 장점이다.
번역이 매끄럽게 되었다.
한 번 시작하면 200페이지는 읽게 되어서 사흘 만에 마무리지었다.
900페이지 중에 대화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영화화를 작가가 신경 쓴 듯하다.
당시 영화사의 맥락으로 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유럽은 영화가 완전 침체되었고
헐리우드는 그나마 활발하게 제작되었지만 60년대 접어들면서 제작비를 쏟아부어도 관객이 감소하고,
실패한 영화들이 많았다.
전후는 문학이 활발한 시기이지만 아직 완전히 새로운 사조로 정비되기는 힘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70년대 텔레비전 보급이 활발하게 되면서 영화는 더욱 더 어려운 시기가 된다.
장르문학의 작가들은 반은 순수문학에, 반은 대중문학에 발을 걸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미국은 특히 70년대에 들어가면서 낭만주의로 회귀하려는 특성이 강했다.
책이 나오고 20년이 지난 후 영화화가 되었다는 것은 내용상 영화로 제작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본다.
1984년에 나왔던 영화는 당시의 상황이나 여러 기계적인 요소에서 보자면 획기적이었지만 CG가 어설플 수 밖에 없다.
2021년에 다시 티모시가 폴로 나오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책은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황제가 있는 하코넨 가문이 스파이스라는 자원을 두고 벌이는 정치적 암투가 주된 줄거리이다. 폴 아트레이데스라는 주인공이 자신에 대한 광신을 경계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신선하게 보인다. 리더는 겸손하기 어렵고, 나태와 욕망으로 점철되기 쉬운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돋보인다.
아랍어가 많이 나오고, 종교적인 색채를 배제할 수 없기도 하다.
역시 종교는 인간을 지배하는 여러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것이고,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지만 결국 지배하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는 문학의 상상력을 고갈시키는 대표적인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알프스의 소녀라는 책을 예로 들면 하이디가 뛰어오는 알프스의 초원을 상상하고 나름의 오두막집을 그렸다면
영화를 보고 영화의 초원을 보고 나면 당신은 이제는 더 이상의 다른 초원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시각은 인간의식의 결정을 80%까지 변화시킨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당신은 백번 들어서 결정을 못 짓다가 한 번 보고나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반드시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그 영화는 당신이 흡족하게 마음에 두거나, 내보내거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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