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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추억 금지

by 키미~ 2022. 2. 28.

혁신도시 내 새로 지은 미리내도서관이다.

시설이 훌륭하다.

예전 우리가 알던 도서관과는 차이가 있고, 최첨단시설이 완비된 잘 만든 도서관이다.

독서실로 이용되던 이전의 도서관과는 달리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구석구석 편리하게 보인다.

아직은 장서가 부족해 보인다. 요즘은 E-Book으로 많이 보니까 ..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예전의 우리가 학교 다닐 때의 그 묵직하고,

책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던 그 담쟁이 덩굴이 우거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더 좋게 기억된다.

친구들과 과제를 한답시고 몰려가서는 책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느끼던 감촉.

낡고 오래된 책장의 무게. 어쩌다 웃음보가 터져

친구들 다 구석으로 몰려가서 입을 틀어막고 쿡쿡거릴 때 훅 풍기던 메마른 냄새.

어둑해진 캠퍼스를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잔디밭에 기타를 튕기던 장발의 선배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

가을 잎 찬 바람에 흩어져 나알리는 흥얼거리다 학교 앞 이모집으로 막걸리 마시러 간 저녁,

기형도의 이상하기도 하지로 시작되는 어느 푸른 저녁이 스물거리며 거리로 기어나오던 그 냄새.

사라진 냄새, 사라진 친구들, 그리고 사라진 기억들.

어쩌면 코로나는 추억을 사라지게 한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냄새를 전혀 못 맡게 하고, 사람과의 거리를 두게 하고, 추억을 만드는 만남을 금지한다.

오랫동안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과 접종한 사람들을 반목하게 만들었던 백신패쓰가 내일부터 정지된다.

수많은 오해와 이별과 쓸쓸함을 남겼다.

소통하지 않고, 공감되지 않는 추억은 사실 쓸모가 없다.

혼자서 무슨 세상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둥바둥할 것인가.

삼월이다.

또 열심히 버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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