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구분 짓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신조어, 가요, 옷차림, 사고방식 등.
그러나 그 가운데 내 생각엔 이름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사람의 이름엔 그 사람의 모습이 있다.
또 성별이 있고, 연령도 있다.
수강하는 학생 명단을 보면 세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엔 옥으로 끝나는 이름, 저번 학기엔 순으로 끝나는 이름이 있었다.
두 분다 연세가 많으셨다.
90년대 이후엔 이름이 희, 순, 자, 옥으로 끝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소위 mz 세대들은 이름이 아름답다.
희, 순, 자, 옥으로 끝나는 이름은 80명 수강생 중에 1명도 없다.
비대면 수업이라 이름으로 성별을 구분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이 이름은 남학생이다하고 불렀는데 여학생이 대답을 한다.
또한 여학생으로 당연하게 생각을 했는데, 남학생이다.
참 놀라운 일이 아닌가.
내가 대학 다닐 때 우리 과에 남자 이름을 가진 미모가 출중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이름 때문에 남자고등학교에 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입대하라는 통지서가 왔다고도 했다.
그 친구들은 재판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았다.
그 친구들의 이름은 오히려 시대를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름에 성별이 뚜렷했다.
이름에 성별이 모호하고, 전前 세대에서 내려온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세대들.
그 이름을 짓는 세대는 누구인가?
자신들 이름 속의 글자들을 더 이상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세대다.
자신의 이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르기 좋고, 놀림받지 않는 이름을 지어주는 세대들.
그 세대들이 이 세상을 잘 이끌어나가길 바란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를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젊은 청년들과
그 부질없는 놀이에 희생당한 많은 생명들을 위로하고
부디 자신들 이름보다 더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 주었듯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보다 더 좋은 삶을 물려주시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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