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다.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니 이때쯤 나락이 여물어야 작황이 좋은데, 그렇게 태풍이 몰아쳤으니 걱정이다.
다행히 어제 오늘 날씨가 좋았다. 오늘은 전통시장에 가서 몇 가지를 사고, 건고추도 샀다.
방앗간에 가서 빻았는데, 색깔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해마다 건고추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작년엔 영양에서 시켰었고, 올해는 전통시장에서 샀다.
믿고 보자. 아이 셋을 입양하고 농사 짓는 할머니를 못 믿으면 누굴 믿겠나.
행복한 웃음이 좋은 할머니다.
백로라는 졸시를 올린다.
추석 잘들 보내세요~!!
백로(白露)/김정희
순남네 들어보소 어제 땡빛 마빡 까지게 내려 쬐던 한 낮에 우리 서방 고추밭에 갔다가 밭둑에 돌아서서 한 줄기 시원하게 깔기고 있었는데 순남네 지나다가 하따 그 고추 실하기도 허이 해땀써? 우리 서방 그 소리에 싸던 오줌 끊고는 그 질로 소태 만났어야 우째 물어 낼겨 말겨? 남의 밭 고추가 실하든 못쓰든 상관 말아야 뭐땀시 고이 지나다 남 서방 오줌 줄기 끊어? 한번만 더 남 고추 갖고 지랄하문 주둥이 콱! 재봉틀로 박아 불 겨
이놈 저놈 다 후려도 내 서방은 못준다고
공연한 소리에 애통터진 과부 순남네
고추밭 둑에 앉아 울고 있을 때
보름 지난 짝 궁둥이 달이 떠올라
눈물 콧물 짓무른 넓적한 얼굴을 비추면
하따, 참말로 달도 밝다 십년 전에 죽은 내 서방만치 훤하니 퍽도 생겨부럿다
막걸리 마시던 짜부러진 양재기를 주전자 뚜껑과 챙! 마주치며
순남네 훌쩍훌쩍 오지랖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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