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중얼중얼

아마,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by 키미~ 2022. 10. 25.

 

가을이다.

작년이나 올해나 가을은 비슷하다.

연령이 어리면 모든 보이는 것들이 새로워서 하루에 하는 일들이 많다.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먹는 음식, 처음 보는 경치, 처음 보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 처음 만지는 장난감 등.

그러나 나이가 많아지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비슷한 것들끼리 재빨리 짝을 지어서 모두 하나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과 같을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산도 그렇고, 들도 그렇다. 꽃도 그러하고, 만나는 사람도 늘 그 사람이다.

새로운 프레임이 없으므로 지루하다. 

아이들은 보이는 것들이 다 새로운 것들이라 스폰지처럼 흡수하면서 시간을 달려간다.

매 시간마다 즐겁고 행복하다.

노인들은 시간을 건너뛴다.

돌아서면 점심이고, 돌아서면 저녁이다.

눈을 떠 보면 한꺼번에 세월이 확 지나갔다.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또 그 다음 날이다.

똑 같이 보이는 프레임이지만 날짜는 다르다.

하여 또 올해 이렇게 시간이 흘러

가을이 왔고,

단풍은 찬란하게 빛나고,

추수 끝난 들은 공허하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아마 우리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그러할 것이다.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  (0) 2022.11.17
오래된 친구들  (8) 2022.11.06
가을이 온 캠퍼스  (4) 2022.10.18
가을이 오다  (2) 2022.10.08
멀찌감치서 쓸쓸하게  (4) 2022.10.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