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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김장유감

by 키미~ 2007. 11. 11.

 

배추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채소도둑이 극성인 모양이다.

텃밭의 배추를 밤새 누가 훔쳐갔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도시의 사람들은 시골사람들이

그냥 심심풀이로 텃밭을 가꾸는 줄 아는지

지나가다가도 배추나 무를 아무 거리낌없이 뽑아 간다.

주인이 보고 뭐라하면 시골인심 나빠졌다고 도리어 화를 낸다.

 

그 텃밭의 배추도 모종할 때부터 상당히 많은 손과 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배추가 크기까지 사실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러다가 김장철이 되면,

전국각처의 아들 딸들이 몰려온다.

부모님이 가꾸어 놓은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해서는

또 전국각처로 가져간다.

 

보통 도시에서는 배추 다섯포기로 김장을 했느니 열 포기로 했느니,

그것도 힘들다고 하는데

시골에서는 보통이 백포기다.

딸들이 많은 집은 이백포기도 한다.

요셉할아버지네도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할아버지 혼자 계시는 집에

어제 김장한다고 딸들이 대거 몰려왔다.

그러고는 또 다 몰려들 간다.

 

살기에 바쁘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도 겨울이 오기까지 무지 바쁘고,

도시사람은 휴가를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바쁘고,

버섯농장하는 마리아자매님이나,

집 앞의 하천둑밭의 아줌마도

성당반장님네도,

얼마나 일이 많은지,

어떤때는 저러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잠시도 앉을 틈이 없다.

그러다가 세월이 간다.

그러다가 늙어간다.

그러다가,

 

 

죽는다.

 

인생 참 뭐라 할 거 없다.

 

 

 

치악산에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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