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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눈

by 키미~ 2009. 2. 24.

 

 

봄 눈



                                  김 정희


밤새 

길 못 찾아 떠돌던

욕심 찌꺼기 싸리비로 쓸어내는

동자 스님 까까머리 위에

하품 묻어 있는 눈썹 위에

하얀 나비 같은 봄눈이 내린다.


뒷마당에 묵혀 있던 김장 장독위에도

강아지가 물고 간 털신 안에도

민들레 홀씨 같은 봄눈은 내려,

눈 내리는 하늘 보며

눈 보다 더 하얀 수염을 가진

툇마루 끝자락에서 목탁 깎던 노스님.

세월만큼 깊어진 기침소리에

솟대위의 오리 화들짝 날아가고

빈 대 바라보며

마음 여윈 동백꽃.

붉은 꽃 머리 툭툭 떨어져

하얀 절 집 마당

붉게 물들이네.


 

 

어른들이 많이 떠나시는 올 봄입니다.

떠나시는 길 편안하시라고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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