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김 정희
밤새
길 못 찾아 떠돌던
욕심 찌꺼기 싸리비로 쓸어내는
동자 스님 까까머리 위에
하품 묻어 있는 눈썹 위에
하얀 나비 같은 봄눈이 내린다.
뒷마당에 묵혀 있던 김장 장독위에도
강아지가 물고 간 털신 안에도
민들레 홀씨 같은 봄눈은 내려,
눈 내리는 하늘 보며
눈 보다 더 하얀 수염을 가진
툇마루 끝자락에서 목탁 깎던 노스님.
세월만큼 깊어진 기침소리에
솟대위의 오리 화들짝 날아가고
빈 대 바라보며
마음 여윈 동백꽃.
붉은 꽃 머리 툭툭 떨어져
하얀 절 집 마당
붉게 물들이네.
어른들이 많이 떠나시는 올 봄입니다.
떠나시는 길 편안하시라고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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