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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월

by 키미~ 2009. 3. 10.

 

 

 

         삼 월


                               김 정희

 

 


햇빛 웃자란 보리밭

등 굽은 할머니 겨울을 캐고 있다.

낡은 수건 머리에 질끈 묶고,

긴 잠에 빠진 겨울 호미로 후적인다.


겨울은 캐서 뭐 하실려나?

바람이 지나가다 설핏 물으니

할머니 호미 날로 겨울 등짝 긁으며

이놈의 겨울 모조리 캐다

가마솥 장작불에 뭉그리 지져

시래기 달듯이 추녀 끝에 달거라네.

허리 어긋나 밭일 힘들 때,

한 오라기 떼어다 보신 할거라네.


진달래 편지 배달하던 꽃바람

보리 밭 지나다 화들짝 놀라,

진달래는 나중이다,

개살구도 나중이다.

봄 보다 더 무서운 할머니 나타났다.

골짝마다 메아리로 급행 전보 보낸다.


눈 쌓인 절골 싸립 문 닫아 걸고,

햇살이 두드려도 잠자던 겨울

머리 산발하고 치맛자락 휘날리며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나는 춘 삼월.

 

 

 

마음만 앞서갑니다.

봄이 오니...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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