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월
김 정희
햇빛 웃자란 보리밭
등 굽은 할머니 겨울을 캐고 있다.
낡은 수건 머리에 질끈 묶고,
긴 잠에 빠진 겨울 호미로 후적인다.
겨울은 캐서 뭐 하실려나?
바람이 지나가다 설핏 물으니
할머니 호미 날로 겨울 등짝 긁으며
이놈의 겨울 모조리 캐다
가마솥 장작불에 뭉그리 지져
시래기 달듯이 추녀 끝에 달거라네.
허리 어긋나 밭일 힘들 때,
한 오라기 떼어다 보신 할거라네.
진달래 편지 배달하던 꽃바람
보리 밭 지나다 화들짝 놀라,
진달래는 나중이다,
개살구도 나중이다.
봄 보다 더 무서운 할머니 나타났다.
골짝마다 메아리로 급행 전보 보낸다.
눈 쌓인 절골 싸립 문 닫아 걸고,
햇살이 두드려도 잠자던 겨울
머리 산발하고 치맛자락 휘날리며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나는 춘 삼월.
마음만 앞서갑니다.
봄이 오니...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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