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역시, 또한

by 키미~ 2016. 11. 7.

 

역시, 또한

 

                                 김정희

 

 

나도 그들이었다

냉소를 띠고 팔장을 끼고 뒷짐을 지며

나도 그들과 함께 모른 척 했다

아이들이 옥상에서 삶을 버리고

노인들이 남은 길을 재촉하며 서럽게 울어도

짐짓 콧방귀를 끼며

나와는 상관 없다 히히거렸다

나도 그들과 같았다

 

팔을 벌리고

손을 흔들며

가랑이 찢어지는 아픔을 외면하고

오로지 나를 위해 모든 이들을 발 밑에 두고

어디를 향해 가느냐

더러운 삶들아

이 찌꺼기들아

 

나도 나도 다른 모든 남들을 제외하고

그들과 같았다

그들이었다.

 

 

시가 사회상을 반영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일까.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그러나 문학은 언제나 변방.

그 변방 언저리에서 흘깃거리는 내가 한심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제하다, 김정희  (0) 2016.11.23
양수리를 지나며, 이무권  (0) 2016.11.20
거대한 통-오폐수처리장-  (0) 2016.10.31
타령  (0) 2016.10.15
오늘은 장날  (0) 2016.10.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