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부친상을 치렀다.
코로나의 여파로 며칠씩 마무리가 미뤄진다는데, 다행히도 한 삼일 정도 뒤에 무사히 끝났다.
무슨 날만 되면 황남빵을 보내주는 고마운 남자친구다.
아버님 연세가 103세이셨다.
어쩌다 전화를 하면 반찬투정을 하시고 입맛이 까다로워 친구가 상당히 고생을 한다고.
형제가 넷인데, 막내인 친구가 아버지를 모셨다.
집집마다 여러 사연이 있지만 혼자 지내는 자식이 결국은 부모를 모시게 되더라.
지인들 중에도 독신인 자식이 어머니를 모시거나, 아버지를 모시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형제들이 생각하기에 혼자 사니까 우리보다 편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친구도 이런저런 고생이 많았는데, 이왕 할려면 입 다물고 그냥 좋게 하는 것이 낫다고 몇 번 위로도 했었다.
부모를 모시는 일을 두고, 형제 간에 분란이 일어나는 요소 중 하나는 며느리다.
며느리 되는 사람이 흔쾌히 모신다고 하면 만사가 평화롭다.
그러자면 며느리의 속 깊은 친절과 다정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집안이 항상 시끄럽다. 물론 부모님의 성정도 중요하다.
어떤 부모는 며느리의 고생함을 알고 고마워하지만, 어떤 부모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귀하게 대하지 않는다.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의 양해가 있어야 할 힘든 일이다.
특히 장수하시는 부모님이 함께 거주하면 며느리의 인생은 엄마, 며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친구는 위로 형제들이 다 잘 사는데도 아버지는 친구가 모셨다.
건강한 편이셔서 작년 102세때 발을 다치셨는데, 병원에서 지내기 싫다고 입원은 하시고 잠은 집에서 주무셨다.
직장 다니는 친구가 퇴근하고 아버지 모시고 집으로 왔다가 또 아침에 병원에 모셔놓고 출근했다.
된장도 싫다하시고, 계란도 다른 것을 첨가하여 계란말이를 원하셨다.
그러던 분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사는 것이 지겹다고 하셨다네.
편히 하셨으니 되었다고, 고생 많았다고 했더니 친구가 많이 울었다고 한다.
왜 안 그렇겠나. 지도 이제 늙었는데. 만감이 교차하겠지.
산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까?
네, 좋은 일이지요.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양심을 버리지 않고, 염치도 있어야 하고, 뱉은 말은 책임도 질 줄 알아야하고, 또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은혜를 베풀었다면 보답을 하는 삶이 좋은 삶이라 생각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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