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중얼중얼

비가 와서..잠시 넋두리.

by 키미~ 2007. 9. 29.
비가 옵니다.
햇빛 난 날이 언제였는지 헤아려 볼 정도네요.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운 음악홀의 좋은 음악들을 들으면서
뜨게질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친정집이 팔렸습니다.
동네가 온통 빌라촌으로 변하니 더 사실 수도 없습니다.
추석전에 집에 가서 보니
옆집,뒷집이 다 쿵쾅거리고, 부수고,난리를 치니,
잠을 자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오랫동안 사신 동네가 좋을 것이지만
상황이 그런만큼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오랜 세월을 보낸 집입니다.
여고시절에,
대학시절에,
울산의 직장을 다니면서,
골목을 들어서면서 엄마하고 외치면
엄마가 두 팔을 벌리고 맞아주던.
골목한 켠으로 호박덩쿨을 올리고,
나팔꽃이 피어서 한 여름을 이쁘게 해 주었던.
독립하여서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서면
구수한 음식 냄새가 나던 그런 정겨운 집입니다.
이젠,
무엇이 남아 있나 생각합니다.
다 떠납니다.
부모님도 남은 생이 얼마일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고집스런 아버지의 타박도,
그 아버지를 지금까지 잘 수발하신 엄마도,
모두모두 그 집에 남겨두고,
다음달에 떠납니다.
비 오는 밤,
제 청춘을 보낸 친정 집 생각에,
부모님의 전재산인 집 생각에,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애처로운 생각에,
잠시,
넋두리 해 봅니다.
치악산에서.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살에 얼굴을 디밀며..  (0) 2007.10.06
불면증에 좋은 음식  (0) 2007.10.01
우두커니 바라보면...  (0) 2007.09.12
구월의 문턱에서..  (0) 2007.08.30
처서를 앞두고.  (0) 2007.08.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