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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543

첫눈 첫눈이다. 엄청나게 내린다. 두 번 쓸고 도저히 안되어 그만 둔다. 그치면 다시 쓸어야겠다. 그대로 놔 두면 그대로 얼어서 몹시 불편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네. 눈 쓸기 팔 빠진다. 2018. 11. 24.
이런, 미안 언젠가 드라마를 보다가 암선고를 받은 엄마가 부엌에 있는 걸 보고 자녀들이 일을 못하게 말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자 엄마가 "내가 죽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겠냐?"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이 별로 와닿지 않았다. 가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가 생각나는데 엄마는 입원하시고 한달 반만에 돌아가셔서 사실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온통 수발을 했어야해서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었다. 내 시간이란 건 아예 없었고, 남편도 집과 대구를 오가느라 생활이 엉망이었다. 그 생활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면 아마 나도 수발을 못했을 거다. 죽음을 기다린다는 것은 서글픈 희망도 된다. 작년에 강아지 중 아빠인 꼼돌이가 죽고 다른 강아지들이 다 걱정이 되어 지켜보는 중인데.. 사람과 강아지를 비교한다는 것 자.. 2018. 11. 18.
푸른 화병에 담긴 흰 장미 토요일 오후에 40년 친구가 전시회를 위해 대전에서 왔다. 그녀는 37세에 유방암으로 투병했고, 45세에 재발, 뼈로, 뇌로 전이되어 매주 주사와 방사선치료를 하고, 머리는 빠지고, 왼쪽 다리가 부러져 시멘트로 고정시킨 상태다. 지금은 주사를 안 맞아서 머리가 새로 나고, 목발도 안 짚고 약간 불편하지만 잘 살고 있다. 우리는 젊은 시절 수많은 이야기를 했고, 음악을 들었고, 길을 걸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시내에서 집까지. 난 그녀가 매일 버스에서 보던 도로 옆 정원이 아름다운 부잣집에 산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었다. 그녀는 겸손하고, 늘 무심한 표정으로 세상을 봤었다. 내가 처음 그녀에게 한 말이 "넌 세상에 무관심한 눈을 가졌구나" 였단다. 나는 잊어버렸는데 그녀는 기억했다. 그녀가 결혼하고 남편의.. 2018. 11. 11.
가을이 쏟아지다 첫시간 수업은 늘 바쁘다. 뛰어가다가 멈칫 가을을 잡아본다. 맨 마지막 사진은 뒷집 할머니 돌아가시고는 가끔 아들만 한 번씩 들린다. 비어 있는 집은 쇠락한 노인처럼 서글프다.마당에햇살만 쏟아지고 있더라. 2018. 10. 30.
남은 사람이 괴롭지 우리 집에 가끔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 중 강호동을 닮은 호동이다. 눈을 뜨면 꼭 닮았다. 나이가 들어서 부르면 눈을 꿈쩍하고, 느릿하게 움직인다. 계속 속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어제 내시경과 복부 C.T를 찍었다. 오후에 수업이 있어 결과를 못 듣고선생님이 판독을 해봐야 알겠지만우측 대장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한다. 수업을 하면서도 혹시 암인가 싶었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는 이야길 하지 않고, 여동생에게 이야길 했더니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엄마도 없는데, 언니까지 가면 자기는 못산다고 엉엉 운다. 내가 태연하게 암이면 수술하고, 수술해서 안되면 가면 되지 뭐 그러냐고 했더니자기는 그게 아니란다. 앞이 캄캄하다고 난리다. 그렇지 가는 사람이야 뭐 알려고.. 남은 사람이 문제지. 오늘 결과를 보러 갔다.. 2018. 10. 25.
가을, 가을이 깊었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가을이 저문다. 2018. 10. 22.
바다에 가서 새벽에 동쪽으로 출발했다. 바다에 가서 산촌에서 십삼년을 살았으니 이제 바다에서 살아보자하고 남편과 둘이서 저녁을 먹다가산촌에 처음 올 때와 마찬가지로 슬그머니 작정을 했었다.시월의 바다는 햇빛이 부서지고,수많은 서퍼들과어린 연인들과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온 효부들이 일렁거렸다.우리는 비싼 회를 먹고,어정거리며 낚시를 하고,바다사진을 찍고,몇 군데의 집을 봤지만, 집에 오니 참 좋더라. 2018. 10. 14.
서리 내리고 한로가 지나더니 오늘 아침에 서리가 내렸다.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더니 지붕이 뽀얗다. 손을 호호 불면서 빨래를 널었다. 지난번의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밥도 잘 먹고, 둘이 꼭 붙어 잘 지내더니 어제부터 눈이 찢어진 한 마리만 보이고 동그란 눈을 한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남은 한 마리가 계속 운다. 전에는 울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또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어쩐 일인지 소식이 없다. 남은 새끼는 지쳤는지, 울지도 않고, 힘이 없이구석에 박혀서 애처롭게 쳐다보기만 하네. 잡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하는지.. 남편은 지들끼리의 세상에서 아마 왕따를 당한 것 같다고,시련을 극복하고 잘 이겨낼거란다.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동글이가 어디 가서 죽지나 않았나 걱정이 된다. 추워지기 .. 2018. 10. 11.
가을 일요일 산책 치악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가을이 오다니.. 일요일 아침 산책하면서 조금 놀랐다. 인생의 4분의 3이 지나가고, 일년의 4분의 3도 지나가고, 새벽에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뭐 그다지 타인에 대한 배려는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인생 44분기 중 3이 지나갔는데 남의 눈치보고 살기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했더니 충격받은 표정이다. 다들 그렇다. 자신의 남은 인생이 많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남편은 성격이 유순하고,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거절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나중에 속이 상하고, 상처를 받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유치해서 따지지는 못하지만 혼자 속을 끓인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 어제도 신경 써서 잘해준 .. 2018.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