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화병에 담긴 흰 장미
토요일 오후에 40년 친구가 전시회를 위해 대전에서 왔다. 그녀는 37세에 유방암으로 투병했고, 45세에 재발, 뼈로, 뇌로 전이되어 매주 주사와 방사선치료를 하고, 머리는 빠지고, 왼쪽 다리가 부러져 시멘트로 고정시킨 상태다. 지금은 주사를 안 맞아서 머리가 새로 나고, 목발도 안 짚고 약간 불편하지만 잘 살고 있다. 우리는 젊은 시절 수많은 이야기를 했고, 음악을 들었고, 길을 걸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시내에서 집까지. 난 그녀가 매일 버스에서 보던 도로 옆 정원이 아름다운 부잣집에 산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었다. 그녀는 겸손하고, 늘 무심한 표정으로 세상을 봤었다. 내가 처음 그녀에게 한 말이 "넌 세상에 무관심한 눈을 가졌구나" 였단다. 나는 잊어버렸는데 그녀는 기억했다. 그녀가 결혼하고 남편의..
2018.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