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543 파울 클레의 '템플 정원'과 비오는 날 파울 클레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이다. 취리히에 있을 때 쿤스트 하우스를 많이 다녔는데 볼 때마다 좋았다. 따뜻한 색감도 좋지만 제목들도 시의 한 구절을 방불케한다. 클레는 시인이기도 했다니까.. 처음에 그림을 보고 뭔가 흔한 색과 구도 아니냐고 그림을 수집하는 아는 언니 .. 2018. 10. 5. 코스모스와 안개 추석이 들판에 여물었다. 코스모스가 안개에 젖어 온 천지에 가득하고 새벽의 고속도로는 한가했다. 달이 아직 있었고,소원빌기는 당일 밤만 유효하다는 남편의 말에새벽 달을 보고 소원은 생략했다. 생략된 소원도 들어주실거죠?? 2018. 9. 25. 마당을 내다보다 들판에 벼들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추석이 내일 모레인데 누이는 장광을 치어다보고 "오메, 단풍 들것네"하고 했던 시인의 가을이 오고 있구나. 요즘 시들은 맛이 없다. 여러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추켜세우며 스스로 대견하다 해대니 다만 우스울 따름이다. 시를, 소설을 쓰는 것.. 2018. 9. 21. 길에 서서.. 거의 17년 만에 어떤 친구가 연락이 왔다. 다른 친구를 통해서 .. 내 인생의 2막을 끝낸 마당에 더이상 과거의 사람들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불편하다고 연결해준 친구에게 말했더니 나에게 미리 안 물어보고 연락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 친구가 나를 너무 그리워하길래 반갑겠다고 짐작을 했단다. 나는 아니다. 귀찮다. 그 친구가 나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내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일테고, 내가 귀찮고 불편한 것은 늘 해주고, 들어주고, 빌려주고 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런 관계 계속하고 싶지 않다. 과거는 과거일뿐. 남은 인생까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 시간을 내고 싶지 않다. 충분히 했다. 2018. 9. 2. 하루 종일 내리는 비 엊저녁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남부쪽에는 물난리가 났다는데.. 언제는 비가 안 와서 걱정, 지금은 또 많이 와서 걱정, 인간사 걱정의 연속이다. 늙으면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걱정 위에 두려움이 더해져 무겁다. 2018. 8. 27. 태풍의 눈 속으로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바람도 불고, 태풍이 다도해 끝에서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으니 개울이 다 말랐다. 어제 지구 최고의 빙하가 녹아 떨어졌다는 기사를 봤다. 빙하 지역이 줄어들어 맨땅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땅에 먼저 깃발 꽂겠다는 나라들의 욕심과 죽어가는 북극곰들, 결국 식물만이 살아남아 지구를 뒤덮게 될거라던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빌어본다. 2018. 8. 23. 호박 말리기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다. 아침 저녁으론 선득하다. 애호박이 많이 열려 몇 개를 땄다. 호박은 다 먹지 못하면 썰어서 말리는데한겨울에 볶아 먹으면 고기처럼 맛이 있다. 호박 말리는 일은 가을이 발이라도 담가야 할 수 있다. 이상하게 한여름 햇빛이 그렇게 뜨거워도 호박은 썩어버린다. 가을 냄새가 나면 희안하게 꼬득하게 마른다. 참 신기한 일이다. 지붕 위에다 호박을 널어놓고 하늘을 보니 햇빛이 널부러졌다. 가을이다. 2018. 8. 19. 푸른 저녁 바람의 냄새가 달라졌다. 오후에 잠깐 선풍기를 돌렸을 뿐 하루 종일 선선하다. 가을이 벌써 오나보다. 푸르스름한 저녁을 바라보다. 그 저녁 속으로 산그림자 스며들다. 나도 그 풍경 속으로 물들다. 2018. 8. 17. 새끼고양이 어제 보니 작은 쥐 한 마리를 잡아놓고 새끼 두 마리와 어미가 콜콜 자고 있다. 한 달 전 그 새끼들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네 마리였는데 두 마리밖에 없네. 어미가 폭 감싸고 젖을 주고 가끔 밥 먹으러 왔다갔다하고, 새끼들은 거의 뒷편 창고에서만 아그장거린다. 발바닥 참말 이쁘다. 2018. 8. 16.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