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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542

속 깊은 수세미 올해는 수세미 모종을 구하지 못했다. 여주만 구해서 심었는데, 비가 연일 퍼붓는데도 실하게 열매를 맺었다. 작년에 여주로 여러 음식을 만들었지만 사실은 그 모양 때문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생긴 모양이 이쁘지 않아서 올해는 따지 않고 관상용으로만 두기로 했다. 가을 볕이 좋으면 좀 말려볼 생각은 하고 있다. 차를 끓이면 당뇨에 좋다고 한다. 말리는 작업이 호박도 그렇지만 만만치 않다. 한번 쪄서 말려야 하나 싶다. 묵나물처럼. 작년에 잘 따서 말린 수세미는 지금도 속을 잘 쓰고 있다. 수세미 속으로 설거지를 하면 참 좋다. 일단은 잘 닳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다. 기름 등의 물질도 수세미 속은 잘 닦여지고, 기름이 묻은 화학수세미는 버려야 하는데, 수세미는 다시 잘 씻으면 된다. 볼수록 신기하고, .. 2022. 8. 18.
비가 너무 오네 그저께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개울이 넘치기 직전이더니, 어제 잠깐 소강상태여서 좀 빠졌다. 어젯밤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해서 지금 엄청나게 내린다. 과일이나 벼가 장마가 끝나면 햇빛이 들어야 단단하게 잘 익는데.. 남쪽은 비가 안 와 너무 덥다고 하고, 중부는 물폭탄이고.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2022. 8. 11.
꽃을 들여다보다. 메리골드는 자세히 보면 엄청난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다. 한꺼번에 피어난 메리골드는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는다. 배롱나무는 나무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날벌레가 싫어하는 냄새가 있어 나무 주변에 날벌레가 없다. 저렇게 여름이면 붉게 피어나 백일을 간다. 워낙이 해바라기를 좋아하는데다, 해바라기만 보면 사진을 찍는다. 해바라기는 오래전 소피아 로렌이 나오는 해바라기란 영화가 떠오른다. 전쟁이 끝난 후, 남편 마르첼로를 찾아 간 그녀는 다른 여인과 살고 있는 그를 두고 돌아선다. 그녀의 공허한 큰 눈과 해바라기가 가득한 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돌아서야 하는 그녀는 해바라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능소화는 오래전 임금을 기다리던 궁녀가 죽어서 된 꽃이라서 꽃술.. 2022. 8. 5.
객관적인 세대 큰댁의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시작된 여름 휴가다. 올해도 아이들(이제 막내가 복학해서 3학년이니 나이가 제법 되었다)과 함께 휴가를 다녀왔다. 1박2일의 짧은 여정이었는데, 일이 참 많았다. 강릉 아파트 키의 배터리가 다 되어 문을 못 열다가 겨우 열었고, 오는 날 고속도로 강릉휴게소 지난 지점에서 시동이 꺼져 택시와 레카를 불러 다시 강릉으로 되돌아왔다. 시종일관 당황한 형제(남편과 아주버님)와 아주 객관적으로 차분했던 아이들 넷. 나와 형님은 이쪽저쪽을 쳐다보며 잘 되겠지하는 심정으루다. 비가 하루종일 왔다갔다 했는데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바다에 들어가서 보트도 타고 소리를 지르고. 4형제가 얼마나 우애가 좋은지 흐뭇했다. 세대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가족이나 회사 등의 공동체 사.. 2022. 8. 3.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뛰누나. 퇴근하면서 남편이 보내준 무지개다. 정말 오랜만에 본 무지개다. 용비어천가 제 50장에 내 백성(百姓) 어엿비 너기샤 장단(長湍) 건너싫제 힌 므지게 예 니이다 (내 백성을 가련하게 생각하시어 장단을 건너실 때에 흰 무지개가 해를 뀌뚫은 것입니다.) 라고 되어 있다. 순우리말이고, 참 예쁜 말이다. 다른 여러 이야기를 가져와 본다. 당시에는 물을 '믈'이라고 했고 여기에 '지게'를 연결한 것이다. '믈'이 '므'가 된 것은 '불지불식(不知不識)'이 '부지불식'이 되듯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ㄹ'이 탈락한 '므'와 '지게'가 이어져 '므지게'가 됐다. '지게'하면 보통 짐을 지고 다니는 도구를 떠올린다. 과거에는 오른쪽 문과 왼쪽 문 두 쪽으로 이뤄진 문이나 마루나 부엌에서 방을 드나들 .. 2022. 7. 22.
신파가 가장 강력한 무기 참나리꽃이 한창이다. 주홍색의 아름다운 꽃잎을 검은 점들이 뒤덮고 있다. 예전엔 논둑에 한 두 송이 피었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 집 마당엔 지천으로 번졌다. 잡초도 손 닿는 데만 없애다 보니 온 마당이 정글에 가깝다. 비도 오고 비에 젖는 나리를 보니 어쩐지 나리의 인생이 신산하구나. 여름 한 철 피기 위해 온 겨울 땅 속에서 웅크리다 한껏 줄기를 뿜어낸다. 그래도 용케 잘 견뎌서 온 마당으로 틈만 있으면 자신의 씨앗을 슬쩍 흘린다. 한국 영화는 신파를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천만 관객을 들인 많은 영화들도 신파적 요소가 다분했다. 몇 년 전에 나왔던 극한직업은 그 중 신파가 좀 적은 영화에 속하고, 가장 최근에 나온 범죄도시도 좀 적게 보인다. 신파는 한국 사람들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다. 공과 사를 구분.. 2022. 7. 21.
백중 百中 음력 7월 15일로 백종(百種)·중원(中元), 또는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망혼일’이라 하는 까닭은 이날 망친(亡親)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술·음식·과일을 차려놓고 천신(薦新)을 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우란분절’은 불교에서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내는 날을 중국에서 명절화한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불제자 목련(目蓮)이 그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7월 15일에 오미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고사에 따라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어 공양을 하는 풍속이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백중(百中))] 백중, 김정희 주둥이 풀칠 힘들면 꽃도 욕심 못 내냐며 핏대 세우고 빗장 걸은 지 삼 년 하고 열흘째 달빛에 서성이는 곰보네 치맛자락도 못 봤다고 백중날 아침 .. 2022. 7. 19.
제임스 칸 별세 영화 대부의 꼴레오네 가문의 장남 소니인 제임스 칸이 별세했다. 향년 82세. 다혈질 광분의 끼를 보여준 영화. 고속도로 톨 게이트에서 죽던 장면. 미저리에서는 스토킹 당하는 작가로. 좋은 곳으로 잘 가시기 바랍니다. 2022. 7. 8.
SUNFLOWER 출간 오래전 유럽에서 머물 때 써 놓고는 묵혀 놓았던 사랑 이야기다. 교정하면서 살펴보니 비문도 비문이지만 사랑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우울한 청춘이었나 싶다. 그래도 60이 지나면서는 논문, 소설, 시집 등 결과물을 한 해에 하나씩은 내보자 결심했기 때문에 올해도 졸작을 낸다. 무더운 날들, 심심한 저녁, 잠시 쉬고 싶을 때. 2022.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