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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폭포 구룡폭포 김 정희 얼어붙은 강 위로 봄의 전사가 말을 타고 지나간다. 말이 밟은 자국마다 강물이 갈라 져 거대한 이무기 아홉 마리 차가운 얼음 칼날에 몸을 찢기며 절벽을 향해 튀어 오른다. 엉키며 휘어질 때마다 계곡으로 날아가는 은빛 비늘. 찢겨진 상처의 비릿한 바람 냄새 절벽 끝에서 머리를 .. 2009. 2. 20.
수세미 수세미 김 정희 늦은 여름 아침 마당 어슬렁이다 추녀 끝에 늘어진 수세미를 따서 평상에 널어놓고 햇빛에 말리는데 거죽이 거무죽죽 문드러지면 거미줄 속에 것 설거지 모질다네. 칠십 년 묵은 거죽 쓸 데도 없어 간밤의 못다 한 꿈 설거지나 할까 하고 수세미 베고 하늘 마주 누웠더니 내 꿈 밭 쟁기.. 2009. 2. 19.
봄의 詩- 봄 날 (김용택)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 잡고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2009. 2. 16.
두번째, 엄마의 눈물 엄마의 눈물 김 정희 엄마의 눈 속엔 바다가 있다. 엄마는 눈 속에 푸른 파도를 숨겨 놓고, 잠 안 오는 밤이면 몰래 꺼내서 창문을 열어 놓고 마시고 있다. 엄마의 눈 속엔 섬이 있다. 물결 뒤적이며, 낚아 올리는 은빛 갈치, 바람에 흰 머리 날리며, 열 길 바다 속마음을 한 눈에 알아채는 엄마의 아버지... 2009. 2. 14.
가을의 詩- 가을,上林에서 (마종기) 가을, 상림에서 마종기 경상남도 함양군 긴 숲길의 어디쯤 당나라 시대의 존경과 고관직을 버리고 망해 가던 조국에 돌아 온 최치원의 구름이 오늘은 잡목 사이에 서서 바람을 잡고 있네. 그 가을 상림의 따뜻한 흙길을 걸으며, 구절초 몇 무더기로 피어 난 그를 만나느니, 비단 옷 벗고 귀국한 연유를 .. 2008. 10. 22.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규)-여름의 詩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2008. 7. 15.
초등학교 동창회에 관한 시- 너무 많이 속고 살았어 (박세현) 너무 많이 속고 살았어 박 세현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 30년 만에 소집된 얼굴들을 만나니 그 낯짝 속에 근대사의 주름이 옹기종기 박혀있다 좀이 먹은 제몫의 세월 한 접시씩 받아놓고 다들 무거운 침묵에 접어들었다 화물차기사, 보험설계사, 동사무소 직원, 카센터 주인, 죽은 놈 만만찮은 인생실.. 2008. 4. 25.
봄의 詩-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 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 2008. 4. 17.
[스크랩] 사월에 걸려온 전화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 2008.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