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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중 백 중 김정희 주둥이 풀칠 힘들면 꽃도 욕심 못 내나며, 핏대 세우고 빗장 걸은 지 삼년하고 열흘 째, 달빛에 서성이는 곰보네 치맛자락도 못 봤다고, 백중 날 아침에 장정들이 문을 열었다. 기역자로 기와 얹은 오동나무 집 마당에 달랑달랑 꽈리가 소복이 달려 있고, 분하고 분한 분꽃도 피었더니, 씨.. 2009. 10. 6.
신림역에서 신림역에서 김정희 백일홍이 피어 있는 신림역엔 하루에 두 번, 바다로 가는 기차가 멈춘다. 푸른 들을 바다로 착각한 가을이 신림역에 내리는 날, 기차는 정동진으로 가지 못하고, 신림역 백일홍 옆에서 잔다. 2009. 9. 29.
추 분 (秋 分) 추 분 (秋 分) 김정희 충성 받지 못한 자, 해바라기 밭에 가 보라. 쏟아지는 햇살 온 몸으로 버텨내며, 잎사귀는 말라비틀어 진 채, 오직 동으로만 경례하는 그들이 있다. 해가 서쪽으로만 진다고 소리치는 자들, 어둠을 등에 짊어지고 무릎을 굽힌 자들, 그들은 해바라기, 저 군장 갖추고 도열하는 가을.. 2009. 9. 21.
백 중 백 중 김정희 주둥이 풀칠 힘들면 꽃도 욕심 못 내나며, 핏대 세우고 빗장 걸은 지 삼년하고 열흘 째, 달빛에 서성이는 곰보네 치맛자락도 못 봤다고, 백중 날 아침에 장정들이 문을 열었다, 기역자로 기와 얹은 오동나무 집 마당에 달랑달랑 꽈리가 소복이 달려 있고. 분하고 분한 분꽃도 피었더니, 씨.. 2009. 9. 14.
백 로 (白 露) 백 로 (白 露) 김 정 희 순남네 들어보소. 어제 땡빛 마빡 까지게 내려 쬐던 한 낮에 우리 서방 고추밭에 갔다가 밭둑에 돌아서서 한 줄기 시원하게 깔기고 있었는데, 순남네 지나다가 하따, 고 고추 실하기도 허이, 해땀써? 우리 서방 그 소리에 싸던 오줌 끊고는 그 질로 소태 만났어야. 우째, 물어 낼겨.. 2009. 9. 8.
치악산 생명문학축제 오늘 하루 종일 구룡사 입구 긴 숲길에 시화 설치한다고 피곤하구나. 앞으로 두 달 동안 전시한다. 오지는 못하겠지만 알고는 있으라고.. 2009. 8. 29.
처 서 (處 暑) 처서 (處 暑) 김 정희 앉지도 못해, 서지도 못해, 엉덩이 뒤로 빼고, 허리를 뒤틀며 한 나절 고추밭에서 땀으로 목욕하는 아낙 좀 보소. 고추 한 개에 여름 한 토막. 여름 토막 한 개에 햇빛 한 자락. 한 자락 한 자락 고추에 물들이다 아낙 등에 잠시 쉬는 고추잠자리. 뽕나무 그늘에서 요거, 붉었다, 조거.. 2009. 8. 24.
은행나무 은행나무 김 정희 뒷마당에 백년 된 은행나무 은행은 안 열리고 잎사귀만 노랗게 마당 가득 떨어지네. 호랑이 할아버지 회초리로도 말 안 듣는 게 다 있구나. 2009. 8. 17.
중복, 나팔꽃 나팔꽃 보라색 조동이 앙다문 채 기다리는 음력 칠월 장마 시작된 촌 집 마당. 비는 실로폰처럼 스레트 지붕 위로 통! 통! 통! 떨어져 음표 한 개에 꽃잎 하나씩 벌어지는 나팔소리 우렁찹니다. 중 복 염천 밭을 갈던 태양이 삼태기로 뭉게구름 여기저기 발겨 놓은 채, 물 한 동이 확 쏟으면, 느티나무 그.. 2009.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