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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노루귀(수정) 노루귀 김 정 희 솜 털 송송한 긴 다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눈꽃 사이로 살며시 고개 들었구나. 노루귀야, 노루귀야. 봄은 언제쯤 올거나. 이월도 늦은 날 눈 녹은 개울가. 햇살처럼 투명한 꽃잎에 나풀나풀 봄눈이 나비처럼 나부끼면, 꽃바람 살랑살랑 노루귀 귓가에 속닥거리네. 노루귀야, 노루귀야 .. 2010. 2. 6.
노루귀 노루귀 김 정 희 솜 털 송송한 긴 다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쌓인 눈 사이로 살며시 고개 들었구나. 노루귀야 노루귀야. 봄은 언제쯤 올거나 햇살처럼 투명한 꽃잎에 나풀나풀 봄눈이 나비처럼 나부끼면 행여나 얼어버릴까 노루귀 놀라서 숨어버리네 이월도 늦은 날 눈 녹은 개울가 바람 살랑살랑 노루.. 2010. 2. 4.
대 한(大 寒) 대 한 (大 寒) 김 정 희 칼바람이 산그늘에 숨어 있는 줄 모르고, 대한이 어제 지나갔다고, 고쟁이 벗어 던진 영천 댁이야. 니 살던 남쪽이랑은 생판 틀릴 것인데, 며느리 빨래 더미 줄일 요량에, 넉넉한 그 속내를 모를까 싶어도, 고뿔들면 더한 소리 칼바람 이길 것이야. 입춘이 오기까지 기다리소 마, .. 2010. 1. 22.
소 한 (小 寒) 소 한 (小 寒) 김 정 희 대한(大寒)형 집에 얹혀살던 소한이 문간방 청산하고 살림나던 날. 보내기 마뜩찮아 폭설이 몰래 따라왔다. 초년고생 함께 한 작은 도령 마음에 끼여. 그리 많은 살림을 한꺼번에 보냈느뇨?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 난다고, 장독 위에 부려 놓은 눈 덩치 좀 보소. 소한에는 .. 2010. 1. 5.
별 리 (別 離)-경주 남산, 정일근 別 離 -경주 남산 정 일 근 우리 이승의 사랑 끝나고 그대는 죽어 복사꽃 나무가 되리라 나는 죽어 한 마리 은어가 되리라 사랑이여 천년이 지난 봄날 먼, 먼 어느 봄날 그대 온몸에 복사꽃등 불 밝힐 때 나는 몸속 수박향 숨기고 소월천 거슬러 오십천 따라 올라가다 강 물에 어루숭어루숭 잠긴 그대의 .. 2009. 12. 27.
아침가리, 김정희 아침가리 김정희 먼 바다에서 돌아와 빈 땅의 숨결을 추녀 끝에 말리는 나의 아버지. 아침이면 끝나는 그가 사는 나라의 하루는, 반나절 접으면 해가 지고, 산 그림자가 끝나는 들판 저 끝에서 저녁이 온다. 높다란 지게에 햇빛을 짊어지고, 장작 빠개지는 결 따라 심장을 쿵쾅거리며 도끼질 하는 아버.. 2009. 12. 26.
백 석과 메리 해밀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 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 2009. 12. 20.
가을, 신림역에서 신림역에서 김정희 백일홍이 피는 신림역엔 하루에 두 번, 바다로 가는 열차가 선다. 푸른 들을 바다로 착각한 가을이 신림역에 내리던 날, 기차는 정동진으로 가지 못하고, 신림역 백일홍 옆에서 잔다. 일전에 지어서 원주문협에 발표한 작품인데, 문협에서 호응이 좋아서 우리 친구들에게도 올려본.. 2009. 12. 15.
간통 간통 문인수 이녁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는 길었다. 검은 윤기가 흘렀다. 선무당네는 삼단 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언제나 발끝 쪽으로 눈 내리깔고 다녔다. 어느 날 이녁은 또 샐 녘에사 들어왔다. 입은 채로 떨어지더니 코를 골았다. 소리 죽여 일.. 2009.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