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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보리 청 보리 김정희 청 보리 들판에 뛰어놀다가 청 보리 파란색 마음에 물들어, 비누로 복닥복닥 문질러 빨아도 한번 든 파란 물 빠지질 않네. 2010. 4. 7.
꽃구경 꽃구경 김정희 해마다 사월이 오면, 철없는 벚꽃이 피기도 전에 들판에 검정 고랑 만들던 노인네들 새벽부터 마을회관 앞마당에 모여서 꽃놀이 간다고 성화댑니다. 오래된 관광버스 대절해놓고, 오래된 허리 얼버무리며, 읍내 장에서 산 오천 원짜리 가방 옆에다 차고 입술엔 사흘 동안 지워지지 않는.. 2010. 4. 7.
꼬마물떼새,김종호 꼬마물떼새 - 1992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김 종 호 까만 머리댕기 나풀거리며 휘파람 소리로 갈대숲을 흔든다. 노오란 안경 쓴 눈 깜박일 때마다 나뭇가지에 걸린 별처럼 반짝거린다. 그림자 귀여운 한낮 발자국 꼭꼭 찍어 놓으면 봄 하늘 봄 햇살 저절로 날아와 고이는 모래밭, 동글동글 예쁜 쑥색.. 2010. 4. 3.
경칩 날, 아침 경칩 날, 아침 김 정 희 개구리, 어디에 봄 오냐고 칭얼대며 울어쌓는 경칩 날, 아침. 눈 사는 마을에서 겨우내 빈둥거리던 바람이, 장독 불룩한 궁둥이를 한 뼘씩 슬금슬금 만지며, 꽃무늬 비단 한 필 던져준다고, 아랫목에 발 넣고 주둥이 빼문 며느리, 외로 꼰 고개, 삐죽거리며 풀어질까말까요. 꾸물.. 2010. 3. 29.
춘설(春雪) 춘설(春雪) 김 정 희 반나절을 못 넘기고 사그라진 봄 눈(雪)을 본다. 한 생(生)도 이러할 터. 얄팍한 선을 그어놓고, 언제나 견주었다. 펄펄 끓던 피로 욕심을 내기하고, 품은 칼날로 후려치며, 살아남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늦은 봄날, 온 종일 퍼붓던 저 눈발. 어깨를 곧추 세우고, 거들먹거리며, .. 2010. 3. 24.
봄 방학 봄 방학 김 정 희 퇴근하는 아빠의 머리 위에 반짝이는 큰곰자리 반달 나룻배 타고 북극에 다녀오셨나? 출근하는 아빠의 머리 위에 전나무에 걸린 샛별 새벽에 자러 가는 반달 뱃사공 어둡지 말라고 비춰줍니다. 두 밤 자면 학교 가는 날. 어스름 마당에서 엄마와 함께, 아빠 등에 지고 온 별똥별 가득 .. 2010. 3. 23.
경칩 경칩 김 정 희 햇살이 장독 불룩한 궁둥이를 한 뼘씩 손 내밀어 슬슬 만지고, 겨우내 눈 사는 마을에 살림 차린 바람이, 꽃무늬 비단 한 필 던져주며, 토라진 심사를 달구어 줘도, 외로 꼰 고개 돌릴까말까요. 꾸물거리는 쥐(子)날은 틀렸고, 눈이 오는 범(寅)날도 글렀고, 말(馬)날에 담아야 달싹한 장맛.. 2010. 3. 12.
우 수(雨 水) 우 수(雨 水) 김 정 희 사흘 밤낮 내린 눈(雪)이 죽령에 자리 잡고, 소백산 절 마당엔 노루가 내려왔다. 눈이야 봄이 오면 떠난다지만, 동자승 푸성귀에 마음 들인 노루는 절집이 지 집인 양 눌러 앉았다. 대처에 두고 온 연못을 못 비우고, 새벽 예불 시간이면 조불 졸던 공양주보살, 고드름 햇살에 녹진.. 2010. 2. 16.
Sea Fever, John Masefield(바다에의 열병) Sea Fever John Masefield (United Kingdom 1878~1967)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a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ay dawn breaking.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for the call of the running tide Is a wild call and a clea.. 2010.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