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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칸타빌레, 나호열 *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 호 열 *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주 넘어졌다 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 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 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 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 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었을 때 오.. 2010. 12. 13.
小雪 2 小雪 2 김 정 희 흐린 하늘에 눈 배었나? 한 귀퉁이 잡고 죽 갈랐더니 후두둑 비가 쏟아집디다. 찢어진 하늘을 무엇으로 꿰맬까나? 바람 자아서 실을 만든들 하늘에 닿을 바늘이 없어 빨랫줄 돋우던 장대를 높이 들고 구름을 걷어와 덮기나 해야겠소. 2010. 11. 22.
겨울, 초입 겨울, 초입 김 정 희 겨울 햇살이 비치는 아스팔트위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할아버지 지나가신다. 할아버지는 눈을 씰룩거리며 짖어대는 개들을 본다. 개들은 악을 쓰며 짖다가 주인이 보나 안보나 짖다가, 지들끼리 똥꼬 냄새를 맡다가 또 짖는다. 개들의 소리는 하늘로 날아가 바람개.. 2010. 11. 18.
시월의 아침 쓸기 시월의 마당 쓸기 김정희 매일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가는 그 남자 낙엽 쓰는 나를 보며 인사 하나 휙 던진다. 인사는 머루넝쿨에 걸렸다가 이파리와 함께 툭! 낡은 마당에 떨어진다. 이파리만 썩는 게 아니요, 말도 썩는다. 감추어진 그늘 뒤로 이야기, 이야기, 또 이야기 개울물 흘러가는 길가에 멈칫 .. 2010. 10. 19.
엄니의 남자 엄니의 남자/ 이정록 엄니와 밤늦게 뽕짝을 듣는다 얼마나 감돌았는지 끊일 듯 에일 듯 신파연명조다 마른 젖 보채듯 엄니 일으켜 블루스라는 걸 춘다 허리께에 닿는 삼베 뭉치 머리칼, 선산에 짜다 만 수의라도 있는가 엄니의 궁둥이와 산도가 선산 쪽으로 쏠린다 이태 전만 해도 젖가슴이 착 붙어서 .. 2010. 9. 26.
Re:여름, 늦여름(행을 구분하여 다시) 여름, 늦여름 김정희 빗방울 일렬로 서서 다다다 지나가는 한낮, 장마는 지나갔다고 어머니 빨래를 툭툭 털어 일렬로 너신다. 소나기는 소나기, 장마와는 아무 상관없이 다녀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쏘다닌다. 무지개 본 지 얼마나 되었나? 하늘에다 장대를 곧추 세우시고 어머니, 한풀 삭은 더위 봉선.. 2010. 9. 6.
맨발. 문태준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 2010. 9. 4.
가재미/문태준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옳겨 .. 2010. 9. 4.
여름, 늦여름 여름, 늦여름 김정희 빗방울 일렬로 서서 다다다 지나가는 한낮, 장마는 지나갔다고 어머니 빨래를 툭툭 털어 일렬로 너신다. 소나기는 소나기, 장마와는 아무 상관없이 다녀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쏘다닌다. 무지개 본 지 얼마나 되었나? 하늘에다 장대를 곧추 세우시고 어머니, 한풀 삭은 더위 봉선.. 201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