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260 낯선 봄날 낯선 봄날 김정희 버스정류장에 아는 여인 하나 햇살에 눈을 찌푸리고 번호판을 유심히 바라본다 어디로 갈 것인지 그니는 알고 있나 자동차는 어쨌는지 해쓱한 얼굴에 바람이 묻어있다 시큰해진 기억에 눈을 돌리면 평생 차라고는 가져본 일 없는 노인네들 농사일, 자식일 이빨 빠진 입으로 궁시렁.. 2011. 4. 14. 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손택수 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 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 2011. 3. 30. 남겨진 봄 남겨진 봄 김 정 희 아직 나는 수없이 남은 새벽의 그 푸른 냄새를 잊지 못했습니다. 아직 나는 비워 둔 가슴 한 켠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다 내어주지 못했습니다. 아직 나는 손 내밀어 수줍게 웃으며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2011. 3. 15. [스크랩] 박경리 공원에 걸린 봄시 20편 출처 : 詩人 洪燕姬 그녀의 詩作글쓴이 : 아나 원글보기메모 : 2011. 2. 27. 그해 봄에 그 해 봄에 김 정 희 잠들어 있는 아침 강에 나가 겨울이 남긴 눈雪 속을 뒤적여 보면 투명한 얼음 속 투명한 뼈를 가진 버들치가 있다. 들여다보는 건 자유, 물속이 비좁지 않나? 그건 너의 비좁은 생각 투명한 뼈로는 어떠한 색깔도 감당할 수 있다고, 눈 속에선 하얀 색 녹색 물풀 곁에선 연녹색 이파.. 2011. 2. 25.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안도현(퍼옴)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안도현 거친 땅 딛고 서라는 세상의 주문에 오직 詩로 대답" 다섯 해 전, 이른바 전업작가가 되려는 마음을 품었을 때, 솔직히 나는 밥이 걱정이었다. 시인은 가난하게, 그리고 엄숙하게 살아야 된다는 통념이 널리 유포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문학으로 밥을 얻겠다고? 그게 .. 2011. 2. 15. 포옹, 정호승 * 포 옹 / 정 호 승 * 뼈로 만든 낚싯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는 일이 너.. 2011. 1. 10. 저녁 만찬을 위한 현악 4중주, 양승준 저녁 만찬을 위한 현악 4중주/양승준 1. 퇴근 후 집에서 그 립스틱만큼이나 붉은 두 아이의 사랑을 받고 아내는 한동안 감격해 했지만 나는 아내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밖에선 마부의 채찍같은 11월의 늦은 비가 내리는데 그저 난 깔깔한 담배 연기나 불어넣으며 강 건너 고층 아파트 단지의 오.. 2011. 1. 7. 오랫동안 버려둔 자신을 위해서 둥근 섬 월급 전날까지 지갑에 돈 이만 원만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아내에게 나는 그 잘난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따뜻한 시 한 줄 써 주지 못하고 소리 없이 이십 년을 살아왔네 잘게 반짝이는 밥풀 진주 하나 손마디에 묶어 주지 못하였네 그러나 아내는 알고 있으리 저 어두운 바다에 떠 있는 둥근 섬.. 2011. 1. 2.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