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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늘, 이상국 산그늘 (외 2편) 이상국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 2012. 2. 16.
순례자의 잠, 한석호 순례자의 잠 한석호 詩 시간은 저녁의 호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거운 신발을 벗는다. 거룩한 자여, 오월은 푸른 장미 향기로 그윽한가 길은 저만치 수구水口를 따라 휘어지고 있다 보리의 술렁임이 깊어질 때 일몰은 치맛자락을 끌고 내려오고 나는 물끄러미 강물에 발을 담근.. 2012. 2. 8.
향수다방이 있는 마을, 함명춘 향수다방이 있는 마을 함명춘 한때는 아주 큰 산판일로 집집이 흥청거린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먼지와 거미줄만이 손님인 향수다방을 머리에 이고 차곡차곡 하루를 살아가는 향수슈퍼가 서 있는 마을 코흘리개 아이처럼 굴뚝들은 저녁이면 훌쩍훌쩍 연기를 흘리고 제일 오래된 우물도 .. 2012. 2. 8.
향수다방이 있는 마을, 함명춘 향수다방이 있는 마을 함명춘 한때는 아주 큰 산판일로 집집이 흥청거린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먼지와 거미줄만이 손님인 향수다방을 머리에 이고 차곡차곡 하루를 살아가는 향수슈퍼가 서 있는 마을 코흘리개 아이처럼 굴뚝들은 저녁이면 훌쩍훌쩍 연기를 흘리고 제일 오래된 .. 2012. 2. 8.
별, 김태형 별 김태형 다 저문 석양 앞에 겨우 무릎을 대고 앉아 있다 내가 갈 수 없는 저곳에서 저녁별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갈색 염소와 카자흐 사내의 눈빛을 닮은 양들이 작고 둥근 똥을 싸며 밤하늘을 지나간다 은하수가 저렇게 흘러간다 종일 물 한 모금만으로도 배고프지 않았.. 2012. 1. 31.
산목련 산목련 김정희 남쪽에서 태어나 남쪽으로 시집가서 남쪽에만 살던 친정어머니 가르릉 천식 기침 전화로 옮길까 귀에서 떼던 싸가지 없는 맏딸이 산목련 꽃대가리 다섯 개 따서 봄 산에 취해 펄떡거리다 봉오리 삭을 무렵 겨우 부쳤네 어머니 그 꽃 보고 생전에 첨 보네, 요렇게 이.. 2012. 1. 24.
새들의 이마 위에 씌어지던 서정시, 이미란 새들의 이마 위에 씌어지던 서정시 이미란 나는 또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마다 힘찬 날갯짓으로 솟구치던 새들의 둥근 이마를 그 새들이 차고 날아간 해의 심장 위에 씌어지던 먼 옛날의 서정시를 이제는 사라진 자막 없는 애국가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닿도록 부르.. 2012. 1. 19.
휘발성, 이상호 휘발성 이상호 1 중국 여행길에 중국명주라는 술 한 병을 사왔다. 혼자 마시기 아까워 아끼고 아끼다가 어느 날 드디어 개봉하려는데 술병이 너무 가볍다. 귀에 가까이 대고 살살 흔들어보자 거의 빈 병이라는 느낌. 이리저리 병을 돌려가며 자세히 살펴보니 보일 듯 말 듯 실금이 .. 2012. 1. 17.
천 편의 시를 베껴 쓰는 의미, 강인한 천 편의 시를 베껴 쓰는 의미 며칠 전 이 카페의 [좋은 시 읽기]에 천 편의 시를 올렸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카페를 시작하고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막 시를 쓰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읽어보십시오. 시를 쓰기 시작하여 몇 해가 지났으나 정지용, 이용악, 백석, 김관.. 2012.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