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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묘(詩) 가을소묘 하늘 끝 낡은 구름이 숲으로 내리고 문득, 창을 흔들며 어둠이 울적하게 서 있는 햇살 져버린 우리들의 뜨락에 낙엽처럼 쓸쓸히 앉아 볼거나. 지친 우리들 무릎 위로 바람이 낙엽과 함께 쌓인다. 손을 뻗치면 한 움큼 가득한 낙엽 조각들 그것으로 우리 겨울을 막아볼까? 이리저.. 2012. 10. 25.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태양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보내주소서. 마지막 과실(果實)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 2012. 10. 16.
애인, 김용택 애 인 김 용 택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가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추어가지고는 작고 예쁜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딸.. 2012. 10. 10.
신림역에서 신림역에서 김정희 백일홍이 피는 간이역엔 하루에 두어 번, 바다로 가는 기차가 선다. 푸른 들을 바다로 착각한 가을이 철커덕 간이역에 내리던 날 기차는 정동진으로 떠나지 못하고 신림역, 백일홍 곁에서 잤다. 신림역에서.hwp 2012. 9. 7.
한국소설의 위기, 방영주 (문학칼럼/소설가 방영주) 한국소설의 위기 서양 개념의 근대문학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이식된 소설은 아마도 1920년대 김동인의 <감자>부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신소설이나 이광수 등의 계몽문학 등이 있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고전소설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은 .. 2012. 9. 3.
8월, 이외수 8월/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 2012. 8. 23.
제 18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쥐, 세입자들 민 슬 기 남의 집에 구멍을 빌려 지으면서 시작된 식탐이다 무엇이든 훔쳐야 직성이 풀리는 업보다 어둠을 갉아먹으며 사람들의 은밀한 말소리를 귀담아듣는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으므로 속절없이 칸칸이 들어찬 어둠을 헤맨다 침묵이 답이라 믿으며 썩은 음식물 냄새로 .. 2012. 8. 18.
문학기행 원고, 초희는 울고 초희는 울고 김정희 바람이 차구나, 초희야 김서방이 오늘밤도 자리에 들지 않았더냐 오래전 너의 마음이 초당에 머물 즈음 사뿐하던 버선발이 능소화에 넘실거리고 돌아보던 눈길에 달빛이 맺혔더라 변방 간 오래비 간장이 타듯이 달 부서진 마당에 홀로 서서 옷고름 동여 짓무른 눈 찍.. 2012. 8. 11.
시집, 대구, 상희구 영산못靈仙池 수양버들 (외 2편) —대구.3 상희구 영산못 하면 수양버들이다 늦봄이면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이 정말 가관이었는데 언젠가 황학동 헌책방에서 남인수南仁樹 가요집歌謠集 의 겉표지에, 월하月下의 버드나무 아래서 두 손을 부여잡은 선남선녀가 지금 막 이별을 하려는.. 201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