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542 최치원을 생각하다. 신라 말의 최치원은 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유명한 토황소격문을 지은. 당나라 유학 후 신라로 돌아왔지만 신라왕실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고 40여 세 장년의 나이로 관직을 버리고 은거를 결심하였다. 당시의 사회적 현실과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의 사이에서 결국 은퇴의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가야산으로 홀연히 사라져서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화엄학, 도교, 풍수지리설, 유교 등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불운한 천재라고나 할까. 고향을 떠나 멀리 있는 사람들은 고향이란 단어만 들어도 울컥한다. 최치원도 고향을 오래 떠나 있었다. 12세에 당으로 유학을 갔으니...대체 오랜 그 시대의 어른들은 얼마나 천재였더냐. 존경합니다. 대보름날 최치원을 생각하며 그의 추야우중도 한 번 떠올려본다.. 2022. 2. 15. 서설 瑞雪 새벽에 잠깐 쓸었는데, 다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올 겨울엔 눈이 적어 지하수가 부족했다. 지금 수도로 교체해서 쓰고 있는데 수질이 뻑뻑하다. 비누가 어? 하는 사이에 다 씻긴다. 지하수는 매끄러워서 훨씬 좋다. 마을에 많은 집들을 새로 지으면서 점점 지하수가 말라가는 것 같다. 처음에 이사올 때만 해도 물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요즘 시골 마을은 빈집이 많다던데, 이 마을은 점점 집들이 늘어간다. 강원도 내 많은 마을들이 지금 살고 계신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다 사라진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시골로 들어오지 않고, 각종 인프라가 충족되는 도시에서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퇴락한 빈집들만 남아 있겠지. 우리 마을에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2005년에 이사와서 벌써 2022년.. 2022. 2. 15. 오이디푸스 왕과 올드보이의 오대수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아버지 라이오스의 악행이 먼저다. 이 비극은 오이디푸스 왕에 대한 저주의 신탁이 항상 부각되어 오이디푸스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한 참혹한 운명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는 제우스도 반한 펠롭스의 아들 크리시포스를 강간하는 죄를 오이디푸스를 낳기 전에 저질렀다. 치욕을 견디지 못한 크리시포스는 자결하고 아버지 펠롭스가 태어나지도 않은 오이디푸스에게 저주를 내린다. 비극의 시작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참회를 하지 않고 라이오스는 아들을 낳고 잔인하게 버린다. 라이오스는 낯선 남자인 오이디푸스의 분노를 자극하고 그에게 죽는다. 스핑크스의 문제를 풀고 테베의 왕이 되어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녀를 낳는 오이디푸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의 눈을 찌르는 .. 2022. 2. 12. 홍련암을 생각하다 낙산사와 홍련암은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사찰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조신의 꿈 이야기'가 이광수의 이라는 소설로 재탄생된 사찰이다. ' "옛날의 기쁨이 바로 근심의 시작"이라고 스님은 일갈하셨다. 즐겁게 지냈던 과거는 비난으로, 비참하게 지냈던 과거는 조롱으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남의 허물을 이용해서 자신의 과를 상쇄하는 것도, 자신의 행운을 이용해서 남의 불행을 조롱하는 행위도 정당하지 못하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간과 동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울적해서 홍련암을 잠시 생각했다. 2022. 2. 9. 단청, 목어, 바다가 있는 낙산사 설날을 이틀 두고 낙산사에 다녀왔다. 바닷가에 면한 절이라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몇 년 전의 화재로 소실된 후에 새로 세운 대웅전이나 부처님이 생경하긴 했으나 그 깊은 불심이야 사실 다를 바가 있겠나 싶다. 양가 부모님 극락왕생 기와불사도 하고, 소원리본에 식구들 이름도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려면 부처님도 바쁘시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들 소원성취하시기 바랍니다. 2022. 2. 2. 후원아동 변경 월드비전 후원을 시작한 지가 거의 20년이 넘었다. 결혼 전부터 해서 지금은 남편도 이디오피아에 아들이 있다. 그동안 내 아이들이 네 번 바뀌었다. 대부분 후원금액만 보내고 카드가 오면 음, 잘 있구나 한다. 어제 그동안 후원하던 우간다의 에바스라는 여자아이가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카드가 왔다. 미용기술을 배워서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크리스마스 카드가 왔었는데.. 아무래도 성인의 나이가 되거나, 피치 못할 상황이 발생하면 바뀌는 것 같다. 두번째 후원하던 이디오피아의 아이는 갑자기 변경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사라졌다고 했다.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물어보기엔 무섭기도 했다. 가슴 아픈 일이 생겼을까봐.. 아무튼 오늘 아침 에바스의 사진을 보고는 이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 2022. 1. 25. 병원을 나오면서 5년 전쯤에 갔던 강릉의 허난설헌 생가다. 오래된 배롱나무가 아름다웠다. 배롱나무는 나무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아름다운 꽃의 모습과 달리 향기가 고약해서 날벌레가 날아들지 않는다고 한다. 제라늄이 그러하다. 유럽에 가면 우리의 방충망을 대신하는 제라늄 화분들이 창가에 가득한 이유다. 허난설헌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조선의 여인인데, 그의 詩들은 가난한 여인의 생활을 노래하는 내용이 많다. 조선의 여인들을 보면 황진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행복한 여인이 없는 것 같다. 황진이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며, 아무도 잡아두지 못하는 한 마리 새였다. 병원에 가서 심근염에 대한 여러 검사를 했다. 가슴 사진, 심장초음파, 채혈, 심장체크달리기 등 다행히 심근염 증세는 사라졌다. 달리기도 나이에 비해 .. 2022. 1. 7. 스님과 신부님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가 하나 있는데, 사피엔스 스튜디오란 채널이다. 성진스님과 홍창진신부님이 서로의 종교관이나, 세상살이 등을 이야기하는 프로인데, 두 양반 입담이 보통이 아니시라 상당히 재미있다. 종교의 소통을 잘 보여주고. 내가 하는 강의 중 종교에 관한 것도 있어서 유익한 정보가 많다. 성진스님은 얼마전 다수의 수다란 프로에도 나와서 호감이었는데, 아마 이 채널이 먼저였나보다. 텔레비전에는 다른 신부님이 나오셨다. 남편이 강릉 가는 길에 사진이 필요하다고 좀 더 내려간다고 하더니 낙산사 사진을 보내왔다. 의상대사가 꿈에 관음보살을 보고 창건한 홍련암 사진도 있다. 새해도 시작되었고, 함께 가고 싶었지만 컨디션이 난조다. 사실은 작년 30일 새벽에 응급실에 갔었다. 초밥을 잘못 먹었는지 밤새 메스껍고.. 2022. 1. 3. 새해 복 가득 받으세요~~~!! 한 해를 이틀 남겨두고,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묵혀 뒀던 글들을 꺼내서 다듬고 있는데, 참 열심히 했더라. 책도 많이 읽었고, 논문도 많이 찾아보고, 나름 충실하게 살았다. 올해는 비대면 수업이라 더욱 수업자료 보충에 신경을 썼다. 대면으로 강의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학생들과 눈도 마주치며 세상이야기도 할 수 있는데, 비대면은 강의가 주가 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듣던 안 듣던 나는 열심히 해야하고, 그것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지방대학들의 사정이 어렵다. 신입생 확충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진로가 가장 문제다. 우울한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하고 싶다. "한 번 버티어 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 12. 30.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