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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543

비 오는 강릉 동쪽으로 가니 비가 온다고, 남편이 사진을 보내왔다. 남편 혼자 강릉 가고, 나는 집에 남았다. 남편도 가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감해야 할 글이 있고, 낚시도 하고 싶은 남자다. 마찬가지로 나도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식사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 보통은 낚시를 해도 다 놓아주는데, 저 고기를 어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손질해서 갖고 온다네. 날씨는 계속 흐리고, 지금 추수할 시기인데, 벼도 누렇게 다 영글었는데.. 가을이 파란 하늘을 잘 보여주질 않고 있다. 마을의 가로수인 벚나무가 원래는 단풍이 참 이쁜 나무들인데 벌레들이 다 갉아먹어서 물들기도 전에 이파리가 시커멓게 변했다. 마당의 단풍도 색깔이 물들기 전에 허옇다. 가을이 동구 밖까지 왔다. 곧 들이닥치겠다. 준비~~.. 2021. 10. 11.
가을 소묘 가을이라고는 하나 햇빛이 아직은 살아있다. 모처럼 가을 시 하나 올려본다. 가을소묘/김정희 하늘 끝 낡은 구름이 숲으로 내리고 문득, 창을 흔들며 어둠이 울적하게 서 있는 햇살 져 버린 우리들의 뜨락에 낙엽처럼 쓸쓸히 앉아 볼거나 지친 우리들 무릎 위로 바람이 낙엽과 함께 쌓인다 손을 뻗치면 한 움큼 가득한 낙엽 조각들 그것으로 우리 겨울을 막아볼까? 이리저리 엮은 낙엽 커튼으로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서서 다시금 햇살을 부르게 할까? 물든 잎사귀 서넛으로 귀와 눈을 가려도 가을은 이미 뜨락에 저물어 그 어두운 얼굴 뒤로 서투른 잿빛 겨울 2021. 10. 3.
고양이, 메리골드, 강릉, 대관령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긴 옷을 입고 반팔들은 정리했다. 남편이 강릉에 다녀오면서 대관령에서 일출을 찍었다. 요즘 안 다닐 버릇을 해서인지 나가는 것이 무지 귀찮다. 수업 준비를 핑계로 남편만 강릉에 가서 낚시를 했다. 고양이는 누운 놈은 우리 집에 늘 있는 길냥이 오똑하니 앉아 있는 놈은 까만 얼룩이 새끼인데 얘만 요런 색깔로 나왔다. 아비는 짐작컨대 교회 마당에 너울거리는 나그네 까망이. 같은 새끼인데 두 마리는 얼룩이다. 개나 고양이는 유전자가 죽 남아 있다더니.. 다음 주부터는 대면수업을 하기로 했다. 전공이고, 수강 인원도 4학년이라 적다. 모처럼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설렌다. 화상으로 수업하면서 의견을 물어보니 학생들도 그렇댄다. 대체 2년씩이나 학교를 못 가다니... 말이 안 된다. 빨리.. 2021. 9. 25.
여고시절, 이수미 별세 72년 여고시절이 발표니까,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때구나.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곡이고, 멜로디가 단조로 심플하지만 따라부르기 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떤 노래가 나와도 인기를 끌긴 했었다. 지금처럼 미디어가 이렇게 발달했으면 또 모르겠다. 사랑의 의지란 노래도 좋고, 내 곁에 있어주도 인기곡이었던 같은데... 폐암이었으면 무척 고생하셨겠다.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 9. 4.
구월이 오면(Come September), 빌리 본 악단, 1958 록 허드슨의 정말 잘 생긴 젊은 모습과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아름답고, 소문대로 20인치도 안 되는 허리를 볼 수 있는 영화. 마지막 장면인가...지나의 윙크하는 장면에서 어쩌면 저렇게 천천히 눈이 감길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영상을 보니 산드라 디도 나오고, 노래 부르는 보비 달린도 나온..그 시대의 청춘물이다. 록 허드슨이 지나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다 결국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게 되는데. 둘이 파티에서 춤추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참 코믹하고 아름다웠던 영화네..음악은 물론 더 좋고.. 어쩐지 멋있는 구월이 시작될 것 같은 음악이다. 그런데 실상은 지금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건고추를 주문했는데, 이런 비에는 마르기가 쉽지 않겠다. 어제 개강했는데, 79세 된 분이 1학년.. 2021. 8. 31.
위대한 호박 올해는 호박이 처음에 잘 열리더니 너무 가문 탓인지 팔월이 되기 전에 시들었다. 애호박으로는 5개 정도 따 먹고, 무심하게 놔 뒀더니 늙은 호박이 되어 있었다. 씨를 받아놓고 말릴려고 손질을 했다. 호박은 애호박일 때 볶아도 맛있지만, 오히려 말려서 호박고지로 볶으면 그 맛이 참으로 달다. 구수하면서 고기처럼 질깃한 것이 참 희한한 맛이 난다. 호박을 소쿠리에 널어놓고는 감탄을 한다. 세상에 호박만큼 위대한 것이 있겠냐고, 남편과 늘 이야기하는데, 작은 씨앗에서 저렇게 큰 호박이 열린다니 이 어찌 신비한 일이 아닐소냐. 물론 박이나 수박, 혹은 수세미, 여주, 토마토, 고추 다 신비하지만 그 크기를 볼 때, 맷돌호박이 단연 위너다. 시골 어느 지붕 위를, 돌담 위를, 작은 줄기에 그 큰 몸을 당당히 매달.. 2021. 8. 19.
비 오다 어제 백신 접종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팔이 아픈 정도다. 오전에 예약했지만 갑자기 부정맥이 와서 보류했다가 오후에 접종했다. 부정맥이 오면 심장 뛰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는데, 예전에 응급실에서 의사선생님 말로는 심장에서 피가 나와 몸 전체를 돌아야하는데 판막의 문제로 심방 심실만 도는 거라고 했다. 일 년에 한 두번쯤 고등학교때부터 그랬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두번이나 발생했다. 백신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한 삼십 분은 안절부절하며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럴 때엔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상체가 흔들리고, 이상하게 아프다. 맥박을 측정하면 너무 빨라 잡히지가 않는다. 병원에 갈 때쯤 괜찮아졌다. 혈압도 높았고, 맥박이 110이 나오고, 오후에 접종하러 가서 다시 재었더니 맥박이 95가.. 2021. 8. 18.
가을이 오고 있나요? 아침 저녁으로 선득하니 입추 지나고 금방 날씨가 달라졌다. 그 며칠을 덥다고 투정을 부리다니, 지나고 보면 정말 한 더위는 한 달을 넘지 않는다. 건고추를 좀 사서 빻아야 하는데, 학교를 안 가니 나갈 일이 잘 없다. 마을에서는 될 수 있으면 거래를 하지 않고, 옥수수 정도만 산다. 고추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느 집 것만 사고 그럴 수는 없다. 참 이상한 것이 있는데 왜 알고, 친한 사람에게 좋지 못한 물건을 주고 함부로 대할까. 단골 식당에 가면 항상 느낀다. 단골 손님에게 더 잘해줘야 하는데 말이다. 세 번째로 그 친구에게 쌀과 건고추를 사면서 엄청나게 실망을 하고 다시는 쌀도, 고추도 사지 않는다. 값도 더 쳐 줬는데...쌀도 묵은 쌀, 고추도 묵은 고추...정말 실망했다. 나름 친하다고.. 2021. 8. 12.
수세미, 그리고 자전거와 우체통 겨울을 견디지 못한 장미로 인해, 올해는 수세미와 여주를 심었다. 처음엔 연약해서 버틸 수 있을 지 걱정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장하게 잘 자랐다. 수세미도 많이 열리고, 여주도 많이 열렸다. 열매를 본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기쁨이다. 요즘 환경으로 인해 꿀벌들이 많이 사라졌다. 아인슈타인의 '꿀벌이 사라지면 6개월 안에 인류의 종말이 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수세미와 여주의 작은 꽃들 사이로 꿀벌들이 붕붕거린다. 부지런한 꿀벌은 비가 오는 날에도 쉼이 없다. 인간이 아무리 연구를 해도 한 알의 밀알을 만들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오늘, 햇빛이 조금 바랬더라. 7일이 입추다. 가을이 오고 있다. 2021.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