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호박
올해는 호박이 처음에 잘 열리더니 너무 가문 탓인지 팔월이 되기 전에 시들었다. 애호박으로는 5개 정도 따 먹고, 무심하게 놔 뒀더니 늙은 호박이 되어 있었다. 씨를 받아놓고 말릴려고 손질을 했다. 호박은 애호박일 때 볶아도 맛있지만, 오히려 말려서 호박고지로 볶으면 그 맛이 참으로 달다. 구수하면서 고기처럼 질깃한 것이 참 희한한 맛이 난다. 호박을 소쿠리에 널어놓고는 감탄을 한다. 세상에 호박만큼 위대한 것이 있겠냐고, 남편과 늘 이야기하는데, 작은 씨앗에서 저렇게 큰 호박이 열린다니 이 어찌 신비한 일이 아닐소냐. 물론 박이나 수박, 혹은 수세미, 여주, 토마토, 고추 다 신비하지만 그 크기를 볼 때, 맷돌호박이 단연 위너다. 시골 어느 지붕 위를, 돌담 위를, 작은 줄기에 그 큰 몸을 당당히 매달..
2021.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