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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542

같은 날, 다른 날 오래전에 써놨던 소설을 책으로 내기로 하고는 어제 하루종일 교정을 했다. 참 이상도 하지, 어찌 그리 비문이 많고, 매끄럽지 않은지. 그런데 또 교정하려고 보면 딱히 그보다 더 나은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다. 개표방송 틀어놓고 계속 고쳤다. 유력이 뜨고, 교정도 끝났다. 그래도 출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봐야한다. 장편이라 분량도 꽤 된다. 어제와 오늘은 다른 날이다. 어제는 교정 전, 오늘은 퇴고. 그렇게 정해본다. 2022. 3. 10.
음악에 대한 예의 어쩌다 보면 아주 오래 전에 좋아했었던 노래를 찾아서 듣게 된다. 예전엔 노래 하나 찾으려면 레코드를 파는 가게에 가서 이런 노래 혹시 아냐고 물어보곤 했었다. 내가 자주 가던 LP가게의 사장님은 클래식을 선호했는데, 가끔 재즈도 권하고, 그래도 음악은 클래식이지 했던 분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던 시절엔 FM방송이 거의 하루 종일 팝송만 틀어주던 때라, 요즘처럼 라디오에서 사연만 줄기차게 읽고, 게스트 불러 이야기하고, 노래는 고작 몇 곡 들려주지도 않으면 아마 듣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너무 시끄럽다. 그때도 어떤 진행자는 꼭 노래가 시작되면 제목을 말해서 녹음을 망치곤 했는데, 가끔 테이프에 목소리가 녹음되어서 다들 질색을 했다. 그러나 어떤 DJ는 정말 녹음하기 좋게 음악을 들려줘서 인기가 좋았다.. 2022. 3. 7.
새학기 시작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땅이 질퍽해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기가 한결 수월하다. 추운 날엔 창문이 얼어서 해가 뜰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한다. 어쩌구저쩌구해도 봄이 오는게다. 생강나무 꽃이 피려고 몽실몽실하다. 어제 개강을 했다. 수강생이 30명 이하면 대면수업을 할 수 있는데, 내 수업은 교양이라 80명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를 한 번 기약해 볼까.. 이번 학기에도 67세 된 분이 수강신청을 하셨다. 화면으로 보니 멋있는 분이다. 메시지로 사이버캠퍼스에 관해 문의를 했는데, 잘 찾아오셨다. 어려움이 없는가 물어보니 열심히 배우겠다 하신다. 내가 늦게 공부를 다시 해서 그런지 늦은 분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 끝까지 한 번 해보셨으면 싶다. 신입생으로 입학을 했으니 얼마나.. 2022. 3. 4.
추억 금지 혁신도시 내 새로 지은 미리내도서관이다. 시설이 훌륭하다. 예전 우리가 알던 도서관과는 차이가 있고, 최첨단시설이 완비된 잘 만든 도서관이다. 독서실로 이용되던 이전의 도서관과는 달리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구석구석 편리하게 보인다. 아직은 장서가 부족해 보인다. 요즘은 E-Book으로 많이 보니까 ..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예전의 우리가 학교 다닐 때의 그 묵직하고, 책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던 그 담쟁이 덩굴이 우거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더 좋게 기억된다. 친구들과 과제를 한답시고 몰려가서는 책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느끼던 감촉. 낡고 오래된 책장의 무게. 어쩌다 웃음보가 터져 친구들 다 구석으로 몰려가서 입을 틀어막고 쿡쿡거릴 때 훅 풍기던 메마른 냄새. 어둑해진.. 2022. 2. 28.
새로운 후원, 튤립 물리치료하고 마트에 들렀더니 로컬 매장에 튤립이 있더라. 꽃값도 비싸네. 그래도 농장직송이라 그런지 엄청 싱싱하다. 튤립으로 봄을 시작해본다. 사실은 새로운 후원아동 연락이 며칠 전에 왔다. 늘 아프리카 쪽의 아이들을 후원해 오던 터라, 사실 몽골의 아이 사진이 와서 좀 놀랐다. 나이도 11세다. 지금까지 후원하던 아이들에 비해 좀 많은 편이다. 코로나 상황이 있어 여의치 않았나 짐작해 본다. 동영상을 보니 또릿또릿해 보이는 여자 아이다. 지치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자, 우리. 2022. 2. 26.
신뢰信賴와 의리義理 믿음을 의뢰한다는 신뢰와 옳은 것의 이치를 지키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 21세기니, 인공지능이니, 메타버스니, 자율주행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헛소리 말라. 인간은 고귀하다느니, 인간의 존엄성이라느니, 예의를 지키고, 신뢰를 가지고 사람을 대해야한다느니 따위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집어치워라. 벌건 대낮에 남의 집에 탱크를 밀고 들어와 집 주인을 발가벗겨서 내쫒는 파렴치한 인간들. 부끄러운 일이다. 2022. 2. 25.
이런 저런 어깨에 관한 말들 물리치료를 이틀 째 받고 상당히 호전되었다. 오늘 들은 말 중에 회전근개가 조금 찢어졌다면 완전히 찢어지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어차피 회생은 되기 어려운데, 무리를 하지 않고 조심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수술이 필요하다는데.. 완전히 끊어지면 수술해도 회복이 더디고, 지금은 회복도 빠르고 레이저로 할 수 있단다. 수술한 환자의 말이다. 그 병원에서는 그렇게 말해서 수술했다고 한다. 내 상황은 어쨌든 지금은 수술할 상황이 아니고, 곧 개강이라. 될 수 있으면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다. 병원에 가면 참 의견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말기암 환자인데, 뭘 먹고 나았대더라, 어떤 사람은 소용없다더라. 또 어떤 사람은 수술하지 않고 자연식으로 치유했다더라, 어떤 사람은 수술하고 자연으로 .. 2022. 2. 23.
회전근개증후군 토요일부터 팔 윗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못 이루고 계속 깼는데 일요일이라 병원을 갈 수가 없어 진통제를 먹고 참았다. 다니던 정형외과를 갔더니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를 찍으면서 주사로 근육과 석회 사이를 넓혔다. 회전근개증후군이라고 벌써 오래 전에 징후가 있었을거라 하시는데, 그냥 욱신거리고 다들 아픈 그 정도라고 생각했었기에 이렇게 아프다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초음파로 보는데, 근육이 좀 찢어졌다. 이게 완전히 파열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뼈를 둘러싼 조직들에 석회화가 많이 진행되어 한참 치료를 요한다고 하신다. 팔을 들 수가 없고, 세수도 할 수 없었다. 악 소리가 절로 나는 상황 병원에 갔다가 집에 와서는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조금 고통이 덜해졌다. 키보드도 두드릴 정도가 되어서 .. 2022. 2. 21.
그리움 때때로 학창시절 불렀던 세계의 아름다운 가곡들이 문득 떠오른다. 음악시간, 단발머리, 교복, 출석 부르시던 선생님, 토요일 학교 현관을 나서면 쏟아지던 햇빛. 먼지 풀썩 일어나는 운동장을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때로는 수십 정거장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걷고, 걷고, 다리에 서서 강물도 바라보고, 언제나 노래를 불렀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를 부르며 가 본 적 없는 버지니아 흑인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옛날의 금잔디를 그리워하고, 애니 로리를 그리워했다. 클레멘타인, 언덕 위의 집, 떠나가는 배, 산노을, 동무생각, 4월의 노래 아련하고 그리운 노래들. 세월은 흐르고, 이제 그 단발머리 기집애는 초로의 여인이 되어 그 시절 즐거이 부르던 노래들을 되새겨본다. 청마의 시 그리움도 잠깐 .. 2022.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