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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535

찔레 피다 찔레꽃이 피었다. 장미와 함께 있었는데 지난 겨울에 장미가 죽었는지, 찔레가 무성하네. 참 이상한 일은 장미와 찔레가 함께 있으면 둘 중 하나는 잘 안 되더라. 서로 밀어내는지. 어떤 해에는 아치 끝까지 오다가 한 뼘 정도를 놔두고 딱 멈췄다. 식물은 지켜야 할 선을 정확하게 지킨다. 함께 엉켜서 올라가는 식물 기생해서 살아가는 식물 함께 못 살아 뒤엉키는 칡과 등나무의 갈등(칡갈자 등나무 등자)도 있다. 찔레와 장미는 분명히 한 종이지 싶은데 어째서 함께 못 살아갈까. 궁금한 일이다. 나처럼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모를 거다.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찔레장미처럼 개량종 이야기만 있다. 아침에 김치 담그다가 중얼중얼 2023. 5. 26.
감기 후유증 오늘 학교 갔다가 더워서 혼났다. 여름이더라. 터어키의 해변이 갑자기 생각났다. 감기약 안 먹으려고 생각했는데, 아직 기침 가래가 남아 있다. 걸을 때 숨도 약간 가쁘다. 폐 사진을 다시 찍어봐야하나 싶다. 작년에 코로나 확진 이후로 기억력이 완전 감퇴되었다. 오늘은 남편이랑 밥 먹다가 우디 알렌 감독이 생각이 안 나서 답답했다. 수업 중에는 외국 영화 배우 이름을 잊어버린다. 나이 탓도 있지만 코로나가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부작용도 있었다. 메모를 해야 한다. 하나씩 하나씩 자꾸 잊어버리고.. 허접한 소설을 세상에 내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 넣을 건지 뺄 건지를 고민했는데, 남편이 11월 중에 내면 된다고 천천히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면 되겠다. 소설은 허구라도 개연성이 필수다. .. 2023. 5. 17.
목단 피다 유월 모란이 찬란하게 피었다. 친정집에서 20년 전에 가져온 목단이다. 살구나무와 장미를 손질해서 좀 넓혀주었더니 올해는 풍성하다. 찬란한 봄을 기둘린다는 영랑의 모란은 열흘도 피지 못하고 스러진다. 크림슨타이드같은 진한 목단 색깔은 비단옷처럼 아름답다. 씨앗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간이 누가 누구를 심판한단 말인가. 그저 먼저 사라져간 청춘들이 안타까운 날들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은 세대가 끊길 지경이다. 왜 싸우는지 이유나 좀 알자. 2023. 5. 9.
봄 앓이 저번 주 토요일 운곡학회 세미나가 있었다. 토론자로 참여하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약간 추운 기운이 있긴 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완전 너무 괴롭다. 먼저 기침이 나서 잠을 못 잔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계속 되고, 쉬어야한다는 의사샘 말도 있지만 내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번 주를 휴강했다.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이후로 휴강은 처음이다. 계속 컨디션이 좋아서 어머 요즘 컨디션이 좋아 하고 자만했었나. 어제 오늘 비가 쏟아져 더 가라앉았다. 봄에는 진짜 조심해야한다. 꼭 한 번씩 이렇게 기침을 한다. 봄 앓이 심하다. 2023. 5. 6.
마음을 던지다 학교에 개나리가 만발했다. 벚꽃 길은 치악산 아랫자락의 금대리란 곳인데 아직 피지 않아 작년 사진을 올려본다. 비가 왔었나보다. 여동생 환갑이 작년이었다. 여행 이야기가 몇 번 나왔다가 드디어 결정이 되었는데 싱글차지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한 방을 쓰는 것도 거슬린다고 계속 말한다. 나는 방학이 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고 미리 말했는데, 사실은 비행기 오래 타는 것도 지겹고, 무엇보다 유럽은 화장실이 문제여서 가기 싫다. 한국처럼 화장실이 무료인 나라가 없고, 물이 공짜인 나라도 없고, 반찬 마음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좋은 나라다. 정말 좋은 나라다. 결국 여동생이 날짜를 방학에 맞출거니까 함께 가자고 사정한다. 난 바르셀로나는 다녀왔는데 오래 전이긴 하지만 요번엔 사그리다성당을 제대로 .. 2023. 3. 31.
개나리 피기 시작했어요 학교 정류장 네거리에 있는 군부대 담장 옆으로 개나리가 활짝 피어 비를 맞고 있다. 새벽부터 비가 제법 내려서 오늘 결석이 많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석이 많다. 비가 내리면 누군들 배를 깔고 이리저리 뒹굴하고 싶지 않것냐. 나도 그렇더라. 아침에 나올려니 힘들더라. 개나리 피고, 목련도 피고, 봄은 오는데 황사는 말썽이고, 온 천지가 뿌연 하루였다. 아니 비가 오면 사방이 깨끗하고 시원하게 보여야하지 않냐고. 눈이 밝은 사람이나, 노안이 온 나같은 사람이나 보이는 시야가 매 한가지면 말이다. 봄이 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요. 2023. 3. 23.
얼굴 좀 보자 개강 후 강의를 하면서 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신입생들의 조용한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이 코로나 펜데믹을 고등학교 3년 동안 겪은 이른바 코로나 세대들인데 마스크를 낀 후 대화가 줄고, 동영상 시청으로 수업을 하다보니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겠다. 수업시간에 조용한 아이들이 한편 안쓰럽다. 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다. 말소리도 나즉하게 소곤거린다. 한창 캠퍼스가 북적이면 멀리서 아이들이 큰 소리로 부르고, 운동장에서 축구하면서 왁자지껄하고, 몇몇은 폐과에 대한 시위도 했었다. 사방이 고요한 겨울의 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수업에 집중을 하는 아이들은 잘 웃지 않고 대답도 잘 하지 않는다. 밀레니엄 세대들의 특성이다. 대답을 하지 않는 그들, 나도 대답을 애써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마스크를 .. 2023. 3. 17.
분갈이 학교에서 오는 길에 게발선인장과 수선화를 사서 분갈이를 했다. 꽃이 이뻐서 꼭 키워보고 싶었는데 구할 수가 없었던 게발선인장은 Christmas and Easter Cactus 라고도 한다. 이름이 근사하다. 선인장이라도 열대우림지역의 선인장이라 물을 자주 줘야한다네. 몰랐다. 선인장이라니 다른 것들처럼 생각했지. 수선화는 봄이면 샀다가 꽃이 지면 마당에 심는데 도통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네. 올해도 가을쯤 잘 심어보려고 한다. 얼마전 허브랑 한련화 씨앗을 사서 심었다. 한련화는 분명히 한 알 심었는데 네 줄기가 나오더니 저렇게 되었다. 완전 꼬마 한련화다. 대체 어쩔려고 저렇게 자라는지 알 수가 없다. 두고 볼 일이다. 나중에 다른 화분으로 옮겨야 하나 싶은데 죽을까 걱정된다. 일단은 놔 둔다. 오늘은.. 2023. 3. 9.
윤이월 閏二月 개강을 하고 어제 첫 수업을 하고 왔다. 봄은 뿌옇게 시작하는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시야가 흐리다. 달력을 들여다보니 올해 윤이월이 있다. 이월이 한 번 더 있으니 봄 추위가 길겠다. 올해는 농사가 한참 늦을 거라고 마을 분이 일러주신다. 보통 5월 초에 고추 모종을 하는데 중순을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골짝이다. 치악산 자락의 바람은 은근히 맵다. 2023. 3. 3.